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잃어버리는 것
두돌박이 아이와 같이 시골종합병원의 친정엄마
병문안을 갔다가 오면서 시골읍내의 5일시장 장구경을 갔다.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의 눈에는 어른들의 생활터전인 시장의
모든 것들이 신기해 보인가 보다.
눈발이 날리지는 않지만 겨울이라 바람은 차가운데
뜨거운 기름솥을 세 개나 걸어놓고 통닭과 튀김을 파는 40대초반부부의
얼굴은 불길의 열기만큼이나 벌겋고 큰목소리로 손님에게
맛있다고 설명을 하시면서 파시는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군침이 돌면서 웃음이 나온다
먹는 음식에 유난히 가림이 심한 아이는 튀김을 먹자는 엄마말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어느사이 사람들사이로 뛰어간다.
뛰어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춘다.
옆으로 다가가 아이의 손을 꼬옥 움켜쥐고 아이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노상에서 둥그런 고무통에 얼음을 밑에 깔고
파닥파닥 뛰는 민물새우를 파는 곳이었다.
목이 휜히 들여다 보이는 브이자티에 아들이 한 10년전에나 입고
이제는 입지 않을 것같은 잠바를 걸치고 목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을
털목도리로 아무렇게게나 둘러 그나마 덜추워 다행이다 생각이 들은 70대
할머니가 "한그릇에 오천"하면서 싱싱한 민물새우를 팔고 있었다.
반찬솜씨가 좋으면 저 새우를 사다 고춧가루 넣고 바로 무쳐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새로지은 밥에 비벼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잠시 생각을 하며 아이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돌리려 할 때 할머니가 "애기 엄마"하면서 나를 부른다.
"이거 5천원어치 사다가 인삼보다 더 좋은 요즘 무에다 지져먹어봐" 하신다.
"할머니 먹고는 싶은데 제가 잘 할줄 몰라서...."하면서 돌리는 발걸음을
할머니는 미덥지 않은 요즘며느리같은 사람에게 요리강좌까지 하시며 사라
하여 결국은 나도 모르게 새우를 한그릇 사고 말았다.
만원짜릴 주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은 새우를 들고 "민아"하면서
아이를 찾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다.
벌써 아이는 배추와 무를 파는 채소전으로 저만큼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무엇이든 신기한 아이에게 "이것은 배추,저것은 무"하니
아이는 "이것은 배추, 이것은 무시" 하면서 시장에서 배운 사투리로
엄마말을 따라한다.
채소전에는 겨울이 오기도 전에 봄나물인 달래,냉이 보리까지
벌써 팔고 있느니 ........ 감상에 젖은 엄마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는 이미 생선을 파는 곳으로 작은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리고 있다.
두시간 가까이 아이를 ?아다니다 보니 시장을 보았다는
엄마의 손에 쥔 것은 오천어치 민물새우 한봉지뿐이다.
장구경을 더하자는 아이의 손을 강제로 끌어 집으로 갈려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서 표를 살려고 하는데
등산모를 멋있게 쓰신 아저씨가 벼를 ?어내어 일일이 손으로 엮어
만든 방빗자루를 어깨에 둘러메고 팔러 다니고 있었다.
사는 곳이 아파트라 요즈음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지만 가끔씩은
옛날에 시골에서 썼던 그 방빗자루가 생각나고 하나 있었으면 하고
아쉬울때가 있었다.
빗자루끝이 고른 걸로 4천원에 하나 사고 자판기에서 표를 하나 뽑고
아이를 찾으니 아이는 저만치 커피자판기부근에서 사람들틈에 끼어 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아이의 손을 잡고 버스가 왔나 보고 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가 막 출발을 할려고 하고 있어
아이를 안고 한손으로는 가방을 챙겨 달려가서 버스에 올라
아이를 좌석에 앉히고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넋빠진 사람처럼
차창밖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아! 아까 새우사고 잔돈 5천원 받지 않았구나"
그래도 혹시 무의식중에 받았나 몰라 다시 지갑을 뒤져 확인을 하니
역시 받지 않았다.
"그래, 그 복잡한 시장통에서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지.
아이를 잃어버린것보다 5천원 잃어버린 것이 더 낳지. 뭐"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스의 흔들림에 어느사이 잠든아이를 업고
집에 도착하여 아이를 눕히고 내손을 보니
"참나 세상에!"
이제는 오랜만에 흐뭇해하며 샀던 방빗자루를 버스에 놓고 내린 것이었다.
커피를 끓여 한모금을 하고 오늘 나의 행동을 식탁에
가만히 내려놓고 생각해보았다.
나이를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무언가를 자꾸 흘러버리고 다니니
오늘 내가 잃어버린 것은 돈오천원도 아니고 방빗자루도 아니고
자꾸만 다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하여튼 오천원도, 방빗자루도 아닌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자꾸만 나를 잃어버리지는 않는지....
어쩔수 없다는 불길한 느낌과 함께 자꾸만 무언가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