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바르는 것이 쉽지 않지요?"
주인 여자가 다시 한 번 내게 마요네즈 바르는 시범을 보인다.
가르쳐 준 대로 하려고 하지만 내 손은 순간 또 멈칫한다.
무의식 속에서 내 손을 통제하는 것이 있어서다.
'이렇게 많이 바르면 먹는 사람이 뚱뚱보가 될텐데...'하고...
오늘은 갈릭브레드가 특별 메뉴속에 포함되어 있다.
전자렌지에 녹여 물처럼 만든 마요네즈를 앞 뒤로 듬뿍 발라 오븐에 구워야 한단다.
마요네즈를 많이 바른다고 발랐는데 주인 아저씨가 한 번 더 바르라고 한다.
마요네즈가 너무 적게 발라졌다고...
처음 미국에 왔을 때의 이야기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fast food 음식점에 가는 길이었다.
“해도 너무 했다!”
앞에 가는 여자를 보고 네 살 짜리 아들이 말했다.
"뭐가?"
영문을 모르는 내가 물었다.
"앞에 가는 사람 말이야. 너무 뚱뚱하잖아."
"어머, 사람의 외모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실례야.”
아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려 했지만 아들은 자기 주장을 쉽게 접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엄마. 여자가 예뻐야 지…”
아들의 말에 나도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하긴 우리 앞을 걷고 있는 여자는 보기가 괴로울 만큼 살이 쪘던 것이다.
아들의 말대로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미국에는 뚱뚱한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미국에 오면 날씬해 보일 만큼…
어느 때는 앞서 가는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저런 몸을 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어느 때는 앞서 가는 사람에게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지방이 뭉쳐 여기 저기 혹처럼 튀어나온 모습을 바라보기 민망해서…
너무 살이 쪄서 자기 방문을 빠져 나오지 못해 소방차가 동원되어 방문을 부수고 구출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몸에 맞는 옷이 없어서 침대 시트로 몸을 감고 산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다.
한국 음식을 먹고 살아 온 나는 그렇게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얼마나 많이 먹으면 저렇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 사람들 음식이 우리 음식에 비해 칼로리가 높고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 뚱뚱한 사람을 비난하였다.
‘조금만 절제하면 될 것을…’ 하고…
그러나 fast food 음식점에서 삼 일을 일하고 난 지금은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예전에 속으로 그들을 비난했던 일이 은근히 미안하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fast food에 얼마나 많은 버터와 마요네즈와 기름이 사용되는 지를 직접 보는 것과 그저 막연히 상식으로 아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살이 찐 것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싸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었을 뿐…
그들도 버터와 마요네즈와 기름이 살찌게 한다는 상식은 있을 지 모르나 실제로 자기가 먹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버터와 마요네즈와 기름이 들어간다는 것은 모를 지도 모른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맛있다는 생각은 할지 모르지만…
나도 철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fast food 음식점을 들락거렸었다.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재미에 빠져서…
식탁에서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잔소리 하던 엄마는 어디로 가고 아이들 손을 이끌고 고소하고 달콤한 맛에 이끌려 다니곤 하였다.
다행히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리석은 엄마보다 나아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제발 밥 좀 먹자.”
미국서 오 년을 살다 이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fast food 음식점 간판이 여기저기 많이 눈에 띈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뚱뚱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염려되는 일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뚱뚱한 사람이 많은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
세계 보건 기구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보면 비만은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