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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3


BY 후리지아 2001-07-11

사람은 살면서 얻는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잃는것만 있는 것도 아닌데...
정비례하지 않은 잃는것과 얻는것을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까요?

전 길지 않은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짧은 세월도 아니고, 인생의 반은 살았다
해야겠군요, 아니면 다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그래도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일년이 넘었군요.
제게 있는 모든것을 마지막으로 내어주고 이사를 나오던 날이...
십몇년을 살았던 그 집은 서향이였습다.
해거름에 바라보는 서쪽 하늘은 예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해 황홀해 지는 하늘입니다.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날들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날들은...날마다 붉은 석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집을 내어주고 나오던날... 안방 통창으로 보이던
서쪽하늘 때문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 어떤 것 보다 아까웠으니까요...

작은 방을 얻어 이사를 했습니다.
세식구가 쓸 최소한의 것들만 챙겨서...
좁은방에 적응이 되질 않아 한밤중에 밖으로 뛰쳐나와
별도없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울 수도 없었던 날들...
그래도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한달쯤 지난 어느날 작은녀석이 허리가 아프다 합니다.
어느날부터 다리까지 절룩거리며 걷습니다.
이유를 알것만 같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써오던 침대때문인 것을...
아마도 녀석은 어미의 마음이 아플까 많이 참았을 것입니다.
이것은 사는게 아닐진데...

1인용 싱글침대를 하나 들여 놓았습니다.
아이는 좁은 바닥에서 자야하는 어미와 언니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합니다.
또 가슴이 아파옵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아이는 아픈곳이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우린 함께 살 수가 있으니 행복하다고 자위를 합니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데리고,중증장애인이 모여사는 시설에
봉사활동을 갑니다.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봉사활동 점수도 얻고...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봉사활동점수가 성적에 반영됩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시각장애인이 원장으로 계시는 종교단체 시설
입니다. 시각장애만 있는것이 아니라, 청각,정신,지체
서너가지의 복합장애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지요.
신생아부터 팔십이넘은 어르신들까지...
전 그곳엘 가면 제일 먼저 들여다 보는곳이 있습니다.
네살부터 일곱살정도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방입니다.
대부분 태여나자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말도 못하는 그아이들은
뒤틀린 손을 허우적대며 앉아있을 수도 없는 몸을 이끌고,
보통사람의 수명보다 짧은생을 고통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을 한명씩 안아주며, 등을 다독여주고, 볼을 부벼주면
참 좋아합니다. 안아줄때면 그아이들은 가슴에 손을 넣습니다.
저야 어른이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 참지만 내 딸아이들은
처음엔 기절할 정도로 놀라 성하지 않은 아이를 바닥에 떨어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웃으며 넘깁니다.
바라보니 가식이 아니라 정말 사랑으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한계절이 지나고 가면 보이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처음엔 궁금해 물었습니다. 가여운 아이는 하늘에 갔다는군요...
다음부터는 보이지 않으면 아! 하늘에 갔구나...

어느 아이들은 부모가 있어 주말이면 집엘 갑니다.
그런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태어나서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제게 정상인 아이들을 주심해대하여...

나이가 사십이 되어가는 낙중이라 이름하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여자 봉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입니다.
시각장애자들은 후각이 발달해 있습니다.
정신장애가 없다면 절제할 능력이 있겠지만 낙중아저씨는
정신장애가 함께 있어 제어가 되질 않습니다.
후각으로 여자라는 것을 알게되면 달려와 안고 놓지를 않습니다.
그곳의 총무님이나 남자 봉사자들이 와서 떼어놓기 전까지는
낙중아저씨에게서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그곳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낙중아저씨가 먼 발치에서 보이면
피해서 갑니다, 잡히지 않기위해서...

여자들 누구에게나 엄마라 부르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엄마란 말 뿐이니니까요.
아이들 목욕을 시키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2박3일 정도를 있다가 돌아오면 여러날이 지나도록 시설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해도 깊숙히 배인 냄새는
쉽게 사라지질 않습니다.

내 아이들은 그곳을 떠날때마다 웁니다.
동규라는 아이때문이지요...
동규는 아직은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아이입니다.
눈을 뜨고 있으면 아프니까 그냥 감아버립니다.
그게 편안하니까요, 그러다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는군요.
다리근육이 굳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보호장치를 달고 걷기 연습을
하면서 동규는 웁니다. 누나 아파요!...
큰아이는 갈때마다 동규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합니다.
손으로 만지며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을...
길게길게 편지를 써 가지고 가서 읽어주기도 하고, 매듭으로
팔찌를 만들어다 주기도하고...
동규와 헤여질때마다 아이들은 웁니다.
동규가 울기때문이지요...

아이들은 말합니다. 가난한 것은 불행이 아니라고...
정말 불행한 것은 어려운 사람을 보고도 돌보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데, 아이들 말이 가슴에
파고들어 그만 둘수가 없군요.

기형아 출산률이 백만분의 일이라 하던데... 그들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우리모두가 장애인이 아닌가 생각해 보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