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총각으로 종지부를 찍었던 그 날.
그 해 겨울은 왜 그리 일찍 찾아 와서 춥던지..
12월 5일이면 막 초겨울에 접어드는 길목이 아니던가.
신부의 드레스가 파르르 떨려 옴은
정연 겨울추위만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달콤한 첫 날밤을 해운대에서 보내고
그 다음 코스는 신라고도 경주로...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열차 이름은 몰라도 분명 2등 칸을 탔었고..
선남선녀..
열차 안에서 앞으로 잘 살아보자고
멋진 청사진 펼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열차가 경주역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참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열차 안에서 승무원이 승차권조사를 하는데
그런데 분명 승차권을 신랑이 외투주머니에 넣어다는데
양복 주머니까지 다 찾아도 아무 곳에도 없는 기라..
신랑이란 작자는 안절부절 못하고..
곱디고운 신부는 너무 화가 나서 쫑알쫑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이가 지긋하신 승무원께서
“경주에 신혼여행 오셨군요?
너무 걱정 마시고 내리십시오.
출구에 제가 따라 나가서 잘 말을 해 줄 터이니..“
참으로 고마우신 어른님!
그 은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인자하신 승무원 덕택에 목적지 경주까지 오긴 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 부부.
첫 출발점부터 무엇인지 몰라도 헝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니다 다를까..
성격이 급한 남편은 늘 상 잃어버리는 성격의 소유자.
장롱, 현관열쇠를 밥 먹듯이 잃어버리고
어디 그 뿐이랴..
죄 없는 가족들에게 의심하고, 달달 복고...
아마 요단강 저 건너편에서
누구와 인연을 맺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녀 또한 그 남자 땜에 엄청 힘들 것이다. 으흐흐흐...
몇 년 전..
어느 일간지에*그 분을 찾고 싶다*라는 란에
신혼여행에 있었던 일과 인자하신
그 승무원을 찾고 싶다고 투고를 하면서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끝내 그 분이 나타나지 않아서 많이 섭섭했지요.
신혼여행 열차 안에서 만남 승무원 아저씨!
어느 하늘아래서 지금 살고 계시는지요?
지금이라도 만나 뵙고 싶어요.
에세이 방님들!
부족한 이 뇨자에게
많은 위로의 답글 주셔서
넘 넘 감사하옵니다.
그 보답으로
갚을 길 없지만
늘 님들과 함께 하렵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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