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다녀왔다.
이럴땐 우리집이 바닷가라는게 너무 좋다.
오면서, 혹은 가면서 탁트인 동해바다를 가슴에 묻고, 흥얼거리면서 다닐 수 있다는게 좋다.
집으로 오는 길, 그늘에 차를 세웠다.
에어컨도 끄고, 창문을 내리고 벌레우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얘기를 저렇게 쉬지않고 할까?
쟤네들도 날씨가 너무 덥다고 투정하나?
차문을 열고 바닷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린 여자아이 둘이서 파도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진채 빨간입술을 한없이 벌리면서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다가 이내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을 알고 웃음을 멈춘채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한 생각이 들어 보이지 않을 만큼 몇 발자욱 물러섰다.
바다를 바라보았다.
확 특인 바다.
내 가슴속 깊은곳까지 샤워를 한듯 시원하게 해준다.
언젠가 대만에서 태평양을 보았다.
그때 내가 한말이 생각난다.
어라, 우리집앞과 똑같네.
그 순간 분위기가 살벌해졌지만, 지금 보아도 사실이다.
아니, 이곳이 더 아름답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하다.
보석으로 표현을 하자면, 대만에서 본 바다는 에메랄드 빛이고, 이곳의 바다는 사파이어 빛으로 보인다.
물론 계절마다, 혹은 날마다, 구름이 있고 없고에 따라 너무 다른색을 보여 딱히 무슨색이라고 표현하기는 정말 힘들다.
바다.
무엇으로 저 색을 인간이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재주를 부린들 저 색을 표현할 수 있을까?
바다의 색을 이야기 하면 혹자는 자신이 아는 지식을 잔뜩 늘어 놓기도 한다.
그지역 바다속에 포함된 염분의 양과, 플랑크톤 조성과 종류, 해류의 흐름, 바다의 깊이에 따른 빛의 반사등등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만약 한번 색을 만들어 보라면 만들진 못할껄?
어릴때 고깃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본 적이 있다.
멀리서 봤을때 바다는 정말 사파이어 색이었다.
어린마음에 만져보고 싶었다.
손으로 바닷물을 떠 보았다.
아무 색이 없었다.
아무리 만져보아도 바다는 색이 없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는 여전히 푸른빛을 보여주며, 자랑하듯이 출렁였던 기억이 있다.
한때는 바다를 너무나도 원망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로 생각이 되어 다시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러는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보고 울었다.
한없이 한없이...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다를 보면서 집으로 향했다.
둑에 갈매기가 한마리 보였다.
놈이 날보는게 아닌가?
차를 다시 멈추었다.
고놈, 계속 나를보고 있었다.
너도 보았니?
바다를
너는 바다를 보며 무엇을 생각했니?
매일 바다를 나는 갈매기를 본다.
그저 먹이나 구할려고 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왠지 오늘 그 갈매기는 삶에 지쳐 날개를 접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래, 너도 살기 힘들지?
잠시 쉬는것도 좋겠지.
갈매기와 마치 동병상련의 아픔이라도 나눈듯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