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22일은 내 생일이다.
남편과 나는 휴가를 냈다.
내가 그러자고 했다.
매년 시댁식구들과 만나서 저녁먹는 그런 따분한 일은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다. (참고로 말하면 난 이곳 미국에 친정식구가 아무도 없다)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을 찾아서 하기로 했다.
아침 9시 남편의 샤워소리에 눈을 떴다.
"뭐 할까?" 남편이 뭍는다.
난 씻지도 않고 대충 옷 챙겨입고 집근처 커피 ?事막?가자고 한다.
진한 커피향을 마시며 맛있게 생긴 케?揚?하나 골라 여유있게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상하며...정말 아침에 이렇게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아침마다 출근준비로 커피한잔 앉아서 마실수가 없다.
차를 타고 지나갈때 마다 커피 ?乍?앉아 신문이랑 책을 보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나를 위해 직접 꽃을 골랐다.
태어나서 나를 위해 꽃을 사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이에게 선물하려고 고를때도 며칠 후면 시들어버리는 꽃을 고르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 내가 나를 위해 핑크색 장미 20송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골랐다.
그 향기를 맡으면 Moholand라는 길을 Drive했다.
부자 동네다. 근사한 집들이 산길을 따라 별장처럼 들어서있다.
서로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고 나중에 사자고 하고 내려왔다.
집에 와서 씻고 오후 1시에 Big Bear로 출발했다.
(Big Bear는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휴양지이다. 설악산 같은)
단풍이 보고 싶어서다. 캘리포니아의 상징인 젓가락같은 야자수가 아닌 알록달록한 단풍이 보고싶었다.
여기 우리집인 North Hollywood에서 2시간정도 걸린다.
한국에선 흘러간 노래겠지만 우리에겐 신곡인 왁스의 '화장을 지우고'를 열창하며 산으로 올라갔다.
우리 서울집 뒷동산 수준도 못 되는 산을 보고 실망하며 내려오는데
근사한 석양이 우리를 위로한다.
차를 세우고 우아~ 우아~를 연발하며 사진을 몇장 찍는다.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동안은 그런 사람들을 극성스런 사람들로만 생각했었다.
오늘 해야 할 마지막 일을 위해 남편은 피곤한 눈으로 열심히 운전을 했다.
오늘 해야 할 남은 한가지는 바로 007을 보는 일이었다.
새로운 007 시리즈인 "Die Another Day"가 오늘 개봉했기 때문이다.
나랑 같은 생일을 같게 된 007 시리즈를 처음으로 극장에서 보았다.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태어난 것에 의미를 두며
끝까지 보았다.
집에오니 밤 11시다.
남편의 충혈된 눈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낸 오늘 하루가 정말 뿌듯하다.
다른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생일 계획은 짜는 것도
우리 결혼한 여자들이 자신을 찾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