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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날보고...


BY 박 라일락 2002-12-03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날보고...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날 보고 ..
 
 우리의 약속은 이게 아니잖아.
 이건 약속이 틀렸잖아.
 환자와 의사로써...

 1차 4번의 항암치료와 28일간의 방사선치료,
 그리고 
 2차 4번의 항암치료로 모던 걸 마무리한다고..
 
 
 야산 진달래 
 허울지게 피고 지는 
 아름답던 그 봄날을
 암담한 병실에서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어.
 새 삶을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있다기에..
 
 1차 4번의 3개월 항암치료..
 너무나 힘들었던 그 후유증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에게 
 어떤 설명을 해도 그 고통은 이해 못 할걸..
 차라리 10번의 산고를 치루더라도
 한번의 항암치료를 NO하고 싶어.
 그래도 난 잘 참았지..
 어른이란 이름으로..
 그 날이 찾아온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7월과 8월의 지루한 긴 여름 내내..
 서울이라는 낮선 타향에서 
 방사선이란 무서운 기계와 싸우면서 
 흰 배게 호청을 눈물로 얼룩지는 나날들..
 너무 외롭고 힘든 투쟁을 했었지.
 그 날이 가까이 다가오기에..
 
 먼 야산..
 단풍잎 붉게 타 오르던 그 가을 산을 
 오가며 먼발치에서 그리워하면서
 또 3개월을 소비했었지.
 2차 4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려고..
 한양 천리 길을 힘들어도 열심히 운전하고 다녔지.
 치료받고 그 다음날부터 며날 며칠을 
 비몽사몽 죽음 같은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나는 인내했었지.
 그 날이 눈앞에 다가옴을..
 
 
 어둡고 암담하기만 했던 내 생애의 긴 터널...
 그 터널의 끝자락이 보이기에..
 터널 벗어나서 랑..
 찬란한 빛의 유토피아를 잡으려고..
 그 날을 기다리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힘겹고 지겨운 여로임을 
 말로써 어찌 표현하랴..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아니란다.
 나에게 
 유토피아는 쉽게 잡히는 것이 아니란다.
 
 비록 치료는 끝났지만..
 다시 하루 종일 총 검진을 받아야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종지부를 찍을지
 아님, 
 다시 연장치료를 받을지 둘 중에 하나라고 하니..
 지금은 반반의 확률을 기다리는 
 기로에 서 있으니..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피붙이들은 걱정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두려워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미의 눈치만 보고..
 
 
 정말 싫다.
 두 번 다시 치료받는 것은..
 많은 환우가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걸 보았는데
 얼마큼 힘들었으면 그랬을까..하는 이해가 간다.
 치료를 포기함은 즉 삶을 포기함인데..
 
 
 아~
 어쩌란 말인가?
 지금에 와서 끝이 아니라고 하면..
 정영
 나의 유토피아는 
 잡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날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