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란 말인가? 이제 와서 날 보고 .. 우리의 약속은 이게 아니잖아. 이건 약속이 틀렸잖아. 환자와 의사로써... 1차 4번의 항암치료와 28일간의 방사선치료, 그리고 2차 4번의 항암치료로 모던 걸 마무리한다고.. 야산 진달래 허울지게 피고 지는 아름답던 그 봄날을 암담한 병실에서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어. 새 삶을 누릴 수 있는 그 날이 있다기에.. 1차 4번의 3개월 항암치료.. 너무나 힘들었던 그 후유증은 경험해보지 않은 이에게 어떤 설명을 해도 그 고통은 이해 못 할걸.. 차라리 10번의 산고를 치루더라도 한번의 항암치료를 NO하고 싶어. 그래도 난 잘 참았지.. 어른이란 이름으로.. 그 날이 찾아온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7월과 8월의 지루한 긴 여름 내내.. 서울이라는 낮선 타향에서 방사선이란 무서운 기계와 싸우면서 흰 배게 호청을 눈물로 얼룩지는 나날들.. 너무 외롭고 힘든 투쟁을 했었지. 그 날이 가까이 다가오기에.. 먼 야산.. 단풍잎 붉게 타 오르던 그 가을 산을 오가며 먼발치에서 그리워하면서 또 3개월을 소비했었지. 2차 4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려고.. 한양 천리 길을 힘들어도 열심히 운전하고 다녔지. 치료받고 그 다음날부터 며날 며칠을 비몽사몽 죽음 같은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나는 인내했었지. 그 날이 눈앞에 다가옴을.. 어둡고 암담하기만 했던 내 생애의 긴 터널... 그 터널의 끝자락이 보이기에.. 터널 벗어나서 랑.. 찬란한 빛의 유토피아를 잡으려고.. 그 날을 기다리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힘겹고 지겨운 여로임을 말로써 어찌 표현하랴..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게 아니란다. 나에게 유토피아는 쉽게 잡히는 것이 아니란다. 비록 치료는 끝났지만.. 다시 하루 종일 총 검진을 받아야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종지부를 찍을지 아님, 다시 연장치료를 받을지 둘 중에 하나라고 하니.. 지금은 반반의 확률을 기다리는 기로에 서 있으니..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피붙이들은 걱정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은근슬쩍 두려워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미의 눈치만 보고.. 정말 싫다. 두 번 다시 치료받는 것은.. 많은 환우가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걸 보았는데 얼마큼 힘들었으면 그랬을까..하는 이해가 간다. 치료를 포기함은 즉 삶을 포기함인데.. 아~ 어쩌란 말인가? 지금에 와서 끝이 아니라고 하면.. 정영 나의 유토피아는 잡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