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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게 사랑담아 배달 온 남편


BY 동해바다 2002-12-03



추운 겨울날 홀로이 떠나신 아버님이...
가게안..남편이 보내준 도시락을 먹으며 떠올렸습니다...

자상하셨던...그리고 자식들에게 자애로우셨던 아버님...
어머님이 병원에 계셨을때 조기 한마리 구워 호일에 싸시고,
보온 도시락에 따뜻한 밥과 국을 끓여서 갖다 주셧던 아버님...

병원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으시다며 투정하시는 별난 시어머님의
비위를 맞추시며 병간호하셨던 아버님...

한달 후면 돌아가신 지 6주기가 됩니다...
보고 싶습니다...인자하셨던 그 모습이...

올 한해 무던히도 내 속을 썩이며 남남이 될 뻔 했던 남편...
일손을 놓은 지 3년이 되면서 극도로 예민해지더니 결국 매일매일을
술에 의존해 중독이 되다시피 했던 남편입니다...

난 그곳에서 탈출하려 발버둥쳤고 그럴수록 남편은 나를 욱죄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는 이루 말로 할수 없었구요..
간과 췌장이 망가질대로 망가져 서너 차례 병원 입퇴원을 번복하고
이제 편안해진지 두달 여 되었습니다...

언제 어느때 폭발할 활화산이 될 지...
편안하고 행복하지만 불안한 마음 가실길 없습니다...

항상 '내탓이로다'를 읊조리며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감싸 안아
주었습니다.
남편은 변한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불안합니다....

가게일을 시작하면서 뒤바뀐 일들...
남편은 집안일 모두를 거듭니다...
청소에서부터 빨래...요리까지도...

처음엔 고마운 마음보다는 짜증이 앞서고 잔소리해대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하라고 시킨 일도 아니였구...
그냥 놔두면 다 내가 할일을 먼저 해 놓고 단점만을 끄집어냈던 남편..
이젠 많이 바뀌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조차 인색했던 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고...
잔소리를 늘어 놓았던 남편도 조용해졌습니다...

자상한 아버님이 생각났던 것은....
남편이 저녁 도시락을 싸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보온 도시락에 잡곡섞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김치찌게 맛있게 끓여 시원한 동치미와 밑반찬 곁들여 가져다 주었습니다.

다 먹고 전화를 넣었지요....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50이 다 되어도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자주해...
그 말로 나를 구속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던 나...
남자들이 일이 없으면 아내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진다지요...
실제로 저에게 이골이 날 정도로 꼼짝 못하게 했었습니다...

이젠 제 생각을 모두 바꾸었습니다...
제가 먼저 바뀌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남편의 사랑담은 김치찌게를 먹으면서...
빨리 남편에게 일이 주어지길 소원했습니다...간절히....

그렇게 된다면 우린 누가 뭐래도 부러워할 것 없는 가족이거든요...

행복함 속에 도사린 불안감이 언제쯤 사그라 들런지....

남편이 가게 안으로 들어 옵니다...
셔터문 내리러...
자칭 셔터맨이랍니다...

겨울바다....
밤바다에 가서 팔짱 꼭 끼고 커피 한잔 하고 집으로 들어 가렵니다...

바닷내음도 맛있게 먹고 들어 갈게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