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시가 넘어가고 있다.
냄비에 물 1200cc를 붙고 약불로 조절하고, 저녁에 먹을 약을 달인다.
커피한잔이 간절하지만 참는다. 약을 먹어야 하니까.
파도소리랑, 아이들 소리랑, 지나가는 버스소리가 난다.
얼마전 버스를 탄일이 생각이 난다.
장날이었다.
시골버스라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사람들을 유난히 살피고 듣게 되었다.
다음정류소에서 아저씨 한분이 타신다.
그 뒤를 이어 빨간색 고무다라이를 머리에 이신분들이 연이어 탄다.
"아이고 오늘은 얼마나 팔랑고? 빨리 시마이했시믄 좋겠그마는, 날도 더분데..."
"글케, 오늘은 우째 더 더분거 같노?"
먼저 탄이 나중에 탄이 서로서로 인사하기 바쁘다.
다음정류소.
약간 몸이 불편하신듯한 아저씨 한분이 먼저오르셔서 뒷문다음다음 자리에 앉는다. 이어서 그 아저씨가 아는 분들이 타는 듯했다.
"훈이 어매 이짝으로 앉으소."
"숙이네는 일로.."
아저씨는 마치 자신의 집 안방에 온 손님을 맞이하듯이 하셨다.
웃음이 나온다. 아주기분좋은 웃음이.
다음 정류소.
한 아주머니께서 창밖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
문을 열고 소리쳐 부른다.
운전사가 그소릴 들었는지 가려다가 멈추고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린다.
"아자씨 다리는 어떻노? ##대학병원으로 갔다드만 개안나?"
"응, 고만고만하다. 아직 수술 3번 더 남았다"
"우야, 살피가라. 냉중에 전화하께."
차가 출발하자 그 아주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옆에 사람한테 아까 본 그아주머니네 사정을 이야기 한다.
"가 신랑이, 우짜다가 발목이 무던히 부러져갖꼬 **병원에를 안 갔드나? 근데, 마 다리를 절단해야 된다더란다. 아이고, 그래가 놀래갖고 서울로 갖다아이가. 서울에 ##대학병원에 가니까는 발목에 아주 작은 빼다구가 많은데 그기 다 부러졌드라네. 근데 그걸 일찌기 수술을 안해가 곪고 난리가 났더란다. 그래가 그날로 바로 입원해가지고 수술을 했는데, 총 7번을 해야 다리에 부라진 뼈들을 다 연길할수 있다더라네, 근데 인자 4번 해서 3번 더 해야 된다 안하나. 우쨌기나 사람 병신안된기 어데고? 돈도 엄청시리 깨?는갚더라. 어마이 꼴이 말이 아이다 아이가."
주위에서 듣던이들이 하나같이 혀를 끌끌 찼다.
"우쨌기나 나을수 있다카이 다행이다."
"그래, 사람은 아픈면 크고 좋은 뱅원에 가야 된다. 하마트믄 빙신 될뻔했다 아이가?"
마치 자기도 아는 사람의 일인냥 걱정을 했다.
시골에서 사는탓에 아는 사람도 없고해서 갑갑할때만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의 작은 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