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걸어서 왔습니다 만보계가 생긴 이후 도대체 몇 걸음이나 되나 헤아려 보자고 한 번 걸어 본 것이 갈대도 멋있고 구름도 멋있어서 자주 걷게됩니다 오늘은 4100보였습니다 걸어서 가야하니 오늘은 8200보가 보장되는 겁니다 이 만보계는 사랑하는 친구의 선물이라 내게 아주 각별합니다 게다가 말못할 사연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한번 화장실에 풍덩했던 거거든요 아차 하는 순간 그렇게되고 두 번 생각할 새도 없이 손으로 건져 올렸습니다 기계는 이미 먹통이 되어 있었고 계기 판에서는 물이 줄줄 흘렀습니다(ㅠㅠ) 도무지 가망이라곤 없어 보였습니다 어찌나 아까운지 가슴이 짠했습니다 서비스를 받아 보려고 인터넷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마땅치 않았습니다 똑같은 걸 사야하나 어쩌나 하고 실수를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게 친구가 준 건 아니라는 생각에 또 마음이 쓰렸습니다 이리 저리 들여다보다 일단 건전지를 빼서 씻어서 온풍기 앞에다 놓았습니다 거의 포기한 상태로 얼마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계기 판에는 아무 것도 안 떴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으로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아차!! 아까 건전지를 빼서 말렸던 것이 생각나는 겁니다 두근두근 하면서 건전지를 끼워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 이 감격-!! 계기 판에 0000000 이 뜨는 겁니다 허리춤에 꽂고 한 걸음 갔더니 숫자 1 이 올라갔습니다 시간도 다시 맞추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만보계는 다시 내 곁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빠지기 전에도 예뻐했지만 화장실에 빠진 걸 씻어 말려 제대로 돌아가니까 더더더 귀하고 예뻤습니다 만약 물이 줄줄 흐르는 만보계를 보고 가망 없다고 생각해서 버렸다면 어떡할 뻔했나요 이런 기쁨은 누리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여러 님들 지금 교착상태에 빠진 일이 있다고 해도 절망하지 마세요 말리고 기다리면 다시 잘 돌아갈지 누가 압니까 ? 그리하여 전보다 더 큰 기쁨을 얻게 될는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