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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29

김장을 하다.


BY somjingang 2002-11-28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다가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김장을 마친모양이니
나도 서둘러야지 싶어서 어제 배추 15포기를 샀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일손을 재개 놀려서 드디어,
올겨울 김치걱정 끝~~!

김장을 한다고 하면 대게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했었다.
'직접 김장을 해요?'라고 묻고는 눈을 크게 뜨는 것이었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서 인지,
김장을 내손으로 직접하다고 하는 말에 다양한 반응을 보내왔는데
한결같은 말은 '젊은 사람이 대~단하네요..'였다.

그렇다, 김장하는거 그거 쉬운일이 아니다.
누구처럼, 시어머니가 배추며 무 그리고 동치미까지
해서 갖다주는 형편도 아니고
친정엄마가 가까이에 있어서 함께 김장을 할 그런 입장도
못되니 천상 난 내가 김장을 해서 먹어야 한다.

다행히 나랑 같은 입장의 엄마가 있어서 우린 품앗이로
김장을 하기로 했다. 하루전날은 그 엄마네 가서 배추를 절이고
무를 다듬어 씻었다.
주부들이라면 알다시피 김장 하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가히 최고의 요리다 싶을 만큼 별게 별게 다들어 간다.

김치속 재료를 버무리는 내옆에서 아빠가 그랬다,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니 김치야 말로 영양덩어리라고....

자연산굴 까지 준비하느라 할인점이며 재래시장
심지어는 다른 아파트 장까지 들여다 보고서
준비를 완벽하게 하기까지 몇군데를 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파트라는 공간이 배추를 씻고 절이기엔
부적절하게 생겨 먹었다. 특히, 우리 아파트는
뒷베란다가 거의 물을 쓸수 없게 만들어져 있어서
그 많은 물일을 욕실에서 해결해야만 해서 배추를
씻고 절이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샤워기로 물을 받아서 씻은 다음에 욕조에 소금뿌린 배추를
쌓아놓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다 절였다 싶었는데 배추속에 소금이 골고루 부려지지
않았는지 배춧잎이 팔팔하게 살아있는 걸 확인할때의 난감함이라니...

그걸 보는 순간 기분이 되게 상하는 것이었다.
전날, 함께 김장하는 엄마네서 일할때 난 최선을 다해서
그것도 앞장서서 부지런을 떨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게 아니라고 소금을 대강 뿌린건 아닌가 싶어서
갑자기 화가 나는 것이었다.
이러니 함께 일을 하겠나, 싶은 맘이 불쑥 끼어들어서
우울하기 까지 했다.
얼른 소금을 더 뿌려서 아침엔 그런대로
간이 된 배추를 물기를 빼고
밤중에 불려둔 고춧가루에 부재료를 섞었다.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우리집에 오기로한 시간에 맞추어서..

거의 김치를 버무렸을 때에야 나타나는 그 엄마가
얄미워서 다 했으니 내가 끝낼거라고 속에 있는 말을 해 버렸다.
내 속으로'내년에 나 혼자 김장을 하고 말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입다물고 묵묵히 내일만 하고 있으니
늦게온게 미안했는지 더 열심히 뒷처리를 하는
그 엄마를 보니 속상했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스르르 풀려
버리는 거였다. 할수 없지 뭐. 시댁에서 조카가 와서
늦어졌다는데 내가 이해할수 밖에....

서두른 덕분에 일을 빨리 끝내고 차를 한잔 하는 동안,
이제는 김장을 끝낸 홀가분 함으로 마음에 여유로움까지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래, 어쨌든 우리 고생 엄청했다.. 그치??
하고서 웃어 버렸다.

어휴, 팔 다리 어깨 허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