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끝 담배집
'탕탕..탕탕..'
정해진 시긴이 없다.
오늘 문을 두드린 첫번째 주인공은 새벽 세시.
아무리 곤하게 자고 있어도 유리문을 두드리는 이 소리는
들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나는 제주도 서쪽 땅끝 부두의, 그야말로 간판도 없는 담배가게
아줌마다. 뱃사람들이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그 사람들이
부두에서 모두 사라지고 난 뒤 문을 닫고, 폭풍주의보 내린 날이
쉬는 날인 그런 부두 끝 담배집.
나는 담배집 아줌마면서 어부의 아내다.
....된장국 끓여 밥상 위에 올려 놓고, 고기잡는 남편을 기다리는....
게다가 삼십대에 갓(?) 접어든 아이가 셋씩이나 있는 애엄마다.
우리집 앞마당은 바다다.
집 앞에서 스무걸음만 걸으면, 닻줄이 발에 걸리고 그 닻줄 끝엔
나란히 매어 놓은 배들이 이리저리 끼걱거리며 흔들린다.
가게에 앉아 있으면 바다의 물결이 1내지 2m인지 2내지 3m인지
바람방향이 샛바람인지, 갈바람인지, 하늬바람인지
한눈에 알수 있다.
나는 이른 새벽 혹은 깊은 밤중에, 천몇백원 짜리 담배 한갑을 위해 나의 잠을 깨우는 사람들, 혹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위해 잔돈을
바꾸러 온 뱃사람들의 그 부시시한 얼굴과 비린내 배인 그들의 옷자락과 단단하게 굳어진 손을 사랑하는 담배집 아줌마다.
거칠은 바다 마냥 거칠은 그들의 말투와 안주없이도 단숨에
소주잔 비우고 손으로 입한번 쓰-윽 쓸어 내리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한번도 이런 생활을 꿈꾸어 본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 생활이
지겨울 일도 없다.
바다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고,
바다 보며 자라나는 내 아이들이 쪼잔해 질리 없고,
쪼잔하게 굴지않는한 자연은 풍요롭게 돌려주므로 바다에게서
너그러움 배우니 인성교육은 됐고,
DHA풍부하다는 고등어, 방어 날마다 먹을 수 있어 똑똑하고 건강하고,
그런 아이들 키우고 있는 나는 행복한 '부두끝 담배집' 아줌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을 깨워 바다로 보내야하는 어부의 아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