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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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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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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 ....


BY 행운♣ 2002-11-21

어깨 한쪽이 기울어 내리듯이 아픕니다

보일러실에 프로판가스처럼 불길이 일고 있었습니다
파~랗게 일어나던 불꽃이
어느사이엔가 빨갛게 번지다가
이내 주황색불꽃으로 활활번져가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물양동이에 물을 길어와서 이내 껐지만
잠시 숨을 돌리는사이
보일러실에서는 불길이 또 일고 있었고
나는 다시 물양동이를 불길에 부었습니다
옮겨붙은 불을 끄느라
생전안하던 중노동을 밤이새도록 하고 또 했지만
억세게만 번져오는 불길을 난 잡지 못하고
끝내 불길은 겉잡을수 없이 크게 번져나가
가스가 폭팔하고 결국은 집이 온통 불길에 휩싸여
두려움에 떨면서
난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꿈이였지만
몸이 여기저기 심한노동을 한 사람처럼
개운치가 않더군요
이게 좋은꿈인가? 나쁜꿈인가?
생각하며 복권하나 사야겠다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날
저녁무렵에 집으로 쌀가마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늘 부모님에게서 얻어먹다가
내소유로 되어있는 조그마한 논에서
드디어 추수를 했다고 쌀이 온것이였습니다
그 기분이란...

그날 쌀을 함께 가져 오신 친정아버지 말씀이
"경기미 최고쌀이란다
경작하신분이 참으로 사람이 좋아
네 몫으로 마니 주신거 같다.
네 논이라구 네것이란 생각하면 욕심이다
논 한마지기에서 쌀가마니나 나는데
그 쌀가마니가 돈으로 치자면 얼마아니지만
여름내 그 뙤약볕에서 김매고 피뽑고 물이 많으면
물빼고 모자라면 물길보면서
자식같이 지은 농산데.....
주는대로 넙죽 받아먹으면 안된다
네것이라구 두고 두고 먹는다는 욕심은 버리고
이웃들하고 여기저기 나눠드리고
설 지나고 봄이되면 쌀맛도 떨어지니
그 전에 다 어려운사람한테두 나눠주거라"

하시는데 왜그리 미안하던지요
여름내 내 인사한번 하러 가지 못하구
비료한번 제대로 주러가지두 못하고
이렇케 넙죽 받아먹자니...

아버지 말씀대로 앞집 윗집
친구네.
아파트 노인정에두 한가마 보내야지

아마 내 꿈이 이런 값진 물건을 받을 꿈이였나봐요
한가지 좋은일이 더 있었지만
부끄러워서 이야기 못하겠구요
쌀농사가 일년농사라는데
그 노고에 비하면 너무나 가격이 낮은 우리쌀
그렇다고 무조건 수매가를 올려버리면
인플레 땜에 우리같은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워진다니....

지난주에 차를 달리다 바라보던
그 많은 평야 논들이
황금들녁으로 평화롭고 아늑하게 느껴만 지던것들이
새삼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