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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그녀.


BY 다람쥐 2000-11-28

고교때 정말 친한 친구가 한명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에게 굽힐 줄 모르고 자기 의지를 뚜렷히 밝히는 소녀였습니다.
남녀공학이였던 우리학교에서 남자와 당당하게 맞서는 그녀를 보면
그녀의 친구임이 왠지 뿌듯하게 느껴지곤 했지요.

그녀와 많은 편지들을 주고 받았었습니다.
결혼하지 말고 같이 살자.아래 위 층으로 집을 짓고 살자는 둥
여러 꿈들을 주고 받고 헤어지면 못살것 처럼 이야기 하곤 했지요

대학을 가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여전히 자기 의견이 진리이고 그 의견에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는 변심했다고 하더군요.
고등학교때 우상처럼 보이던 친구를
조금씩 만남 자체가 피곤해 피해지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아줌마가 된 그녀를 보았습니다.
아이도 없던 그 친구가 아줌마라는 칭호가 그리도 좋을 수 없다더군요
지하철에 자리 나면 눈치 안 보고 뛰어갈 수 있는 자유,
콘서트장 가서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 ?아내고 앉을 수 있는 자유,
친정 엄마 돈으로 일하는 사람 부려 집안 일 안하는 자유.....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친구인 제가 창피해 지더군요
처녀라서 창피해 못하던 것을 아줌마니까 당당하게 할수있다는
그녀의 사고 방식에 놀랐습니다.
몇명의 친구들이 조언을 해 주다가 그녀의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시련도 당했을텐데....
그때마다 내가 항상 옳은 판단했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울텐데....
아직도 항상 자신이 옳다고 다른 의견은 없다고생각하는 그녀.

고교때 많은 추억이 있어 그 추억때문이라도 그냥 친구로 남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의견도 생활 방식도 너무도 다른 그녀를 추억이라는 이름 만으로
잡을 수는 없더군요.

왜 그렇게 변했는지...
아님 제가 그녀의 모습을 몰랐던 건지..
서로 주고 받던 편지만도 한 박스인데....
추억의 그녀는 없고 꼴불견인 아줌마만 있으니..

지난 편지를 읽으며 참 많이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