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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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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한 사랑 (3)


BY 잡초 2002-11-12

며칠째 게속해서 새빨간 피가 변기에 가득했었읍니다.
생리혈은 분명 아닌데...
고질병으로 매월가는 병원에 들러 설명을 하니
의사선생님은 서둘러 검사를 해보자고 하였읍니다.
내가 앓고있는 병의 합병증에는 몸의 여기저기에 궤양이 생길수있으니
대장 내시경을 해 보자고 합니다.

예약을 마치고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속옷과 패드를 필수로 준비해 오고 보호자 역시도 동행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 보호자...없는데요."
" 보호자 없이는 안돼요.꼭 보호자가 있어야 합니다 "

심난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서 버스에 몸을 싣고는 곰곰 생각을 해 봅니다.
누가 내 보호자가 되어줄것인가?
누구에게 내 보호를 부탁해야할까?
꾸역꾸역 눈물들이 내 뺨으로 밀고 나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번호책을 꺼내놓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 봅니다.
" 내일...뭐해? 바빠? "
똑 같은 질문에 한결같이 바쁘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는 물음들에 그냥... 이라고만 대답을 합니다.

우연치않게 친구하나가 점심이나 같이 먹자며 전화를 걸어옵니다.
부대찌계를 마주하고는 소주한병을 기울입니다.
담담히 병원에 가야되는 얘기를 했더니 선뜻 동행을 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걸려온 그이의 전화.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온사이에 그이는 집에 와 있었나 봅니다.
아니, 잠깐 들렀겠지요.

병원 영수증과 사리터짜리 관장약 그리고 설명서들...
그이는 보았나 봅니다.
채근하듯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했읍니다.
분명 보호자가 필요하고 그러기에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난 하지 않았읍니다.

집요하게도 그이는 내게 묻습니다.
병원에 가야되는 이유들을요.
끝내 말을 하지 않는내게 그이는 벌컥 화를 냅니다.
그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이의 뒷모습에서 이대로 그이를 놓칠것같은 불안함이 몰려옵니다.
" 사실은..."
자초지종을 설명해 가는데 목소리가 떨림으로 전해져 옵니다.

그날 그이는 내 곁에서 잠을 잤읍니다.

이튿날은 아침부터 관장약을 십분간격으로 한컵씩을 마시고는
쪼르르~ 화장실로...
그렇게 사리터의 양을 다 마시고 내 장을 얼마나 깨끗히 비웠는지
온몸의 맥은 다 빠져나간거 같습니다.

예약시간에 맞추어 병원에 도착하니 마취주사부터 놓아주더군요.
그리고 곧바로 검사에 들어갔지요.
물론 보호자는 그이가 되어서 말입니다.

다행히 검사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스트레스를 받는일이 있던가 신경을 많이 쓰면 혹가다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다고 합니다.
약간의 치질기도 있었지만 염려했던 대장암이나 궤양은 아니었읍니다.

먹지못한 상태에서 마취주사까지 맞아놓으니 자꾸만 어찔거립니다.
휘청거리는 나를 그이는 부축을 해 줍니다.
우리를 버리고 떠났어도 아직은 내 보호자 인가 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밥을 앉칩니다.
내 배도 ?杵怒嗤?그이에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싶었읍니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나니 자꾸만 눈과 몸이 풀립니다.
미열도 있는듯하고 머리도 이상하게 지끈거립니다.
그이는 아이방에서 아이와 대화중이었읍니다.

자꾸만 눕고만 싶어집니다.
잠이들면 안되는데 말이지요.
그이가 떠날까봐 조바심이 쳐 집니다.
아니, 어쩌면 오늘은 안갈지도 모르겠읍니다.
내가 오늘 병원을 다녀왔으니까요.

살풋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그이가 안 보입니다.
" 아빠는? "
" 아빠집으로 가셨어 "

주르륵 온 몸에있는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거 같습니다.
잠을 자는게 아니었는데...
그이를 붙잡았어야 하는데...
그이는 내 보호자인데...
그리고 아직은 내 남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