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가며 손과 목부터 늙어감을 느낀다던데 지금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는 제손을 가만 바라보니 올해들어 많이 세월의 그림자가 엿보입니다.
어제는 사무실에서 단체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하였는데 왼쪽 팔위를 보니 발갛게 부어올라있고 만져보니 따끈하게 열까지 있습니다.
매일 매일 야근을 하다가 오늘은 일찍 귀가하였습니다.
역시 언제나 처럼 빈집은 횡하기 그지없습니다.
딸아이는 아마도 학교에서 잠깐 왔다가 라면하나 끓여먹고 학원에 갔나봅니다.
이제 고3으로 올라가는데 딱히 뒷바라지도 못해주고 그저 단과반에 하나 다니는데 스스로도 걱정이 많은듯 합니다.
비교적 내신 성적은 상위권인데 수능이 안오르니까 점점 불안해 하는빛이 역력합니다.
오늘 아침 딸아이를 학교앞까지 바래다 주는데 아파트 일층 화단에 베이지색 국화가 비에 젖어 시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유난히 한송이 싱싱한 얼굴로 눈에 뜨이기에 살짝 꺾어 딸아이에게 자아~~ 선물~~
꽃을 받아든 딸아이 너무나 좋아라 하더군요.
한아파트에서 10년을 살면서 그자리에 늘 피어있던 국화였는데 이제 내년에 그자리, 그화단에 국화꽃을 보기는 어렵겠지요.
지난주 아파트는 경매에 나갔습니다.
그날 회사에서 근무중 애써 마음을 진정하려고 참고 참으며 일에 열중했습니다.
오전까지는 잘 버티었는데 그만 점심 시간 지나서 친구에게 염려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부디 마음 굳게 먹고 잘지내라고 그러면서 기름진 안주에 술한잔 사줄까 하기에 그만 그말에 난 괜찮아 하다가 그만 참았던 울음이 닭의 뭐 같은 눈물로 떨구기 시작하여 끝내 일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사무실 책상위로 뚝뚝뚝!!!
팀장에게 잠시 바람좀 쏘이고 오겠노라 말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무실 앞에 있는 보라매 공원에 늦가을 단풍이 너무 고왔습니다.
천근 만근 마음이 무너지고 왜그리 나약한 새한마리 된듯 춥고 춥던지~
잠시 걸었습니다.
아이스 크림점이 눈에 보이기에 문을 열고 들어가 분홍색 딸기 아이스크림을 푸짐하게 놓고 그냥 맛도 모른체 퍼먹었습니다.
아니 퍼넣었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조금 속이 가라앉더군요.
그래 그래~~ 지금 괴롭고 슬프니 앞으로 행복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는거야~~~
그렇게 그렇게 나의 가을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국화꽃이 흐드러진 나의 아파트 화단에 꽃들과 이별하는 올 가을 제마음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어찌하나요?
딸아이에게 건넨 국화꽃 한송이!
많은 의미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