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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샤워하고 옷을 벗고 집안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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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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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90


BY 녹차향기 2001-06-27

왜 그런 꿈을 꾸었던걸까?
아침에 아이가 깨워주는 바람에 깜짝 놀라깨어 일어나면서
온 몸에 스멀거리고 감싸는 그 불쾌한 느낌때문에 부엌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어요.

무슨 꿈이었냐구요?
남편에게 숨겨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되었고,
이혼을 선포하며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가 그만 잠에서 깨어난 거였죠.
얼마나 속이 상하고 슬프던지....
꿈속에서도 배반감에 울부짖었던 것 같아요.
자면서 어찌나 몸을 뒤척이고, 신음소리를 냈는지..
그 사실을 알고 어머님께서 터지는 분통을 참으려다 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고, 제가 달려들어 어머님 입술을 닦아드리고, 사지를 주물러
드렸지요.
깨어나서두 온 몸이 욱신거리고 아팠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거예요.
그 꿈은 아마 어제 오후 일 때문이었을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남편에 대해 만족하고 사는 사람 별로 없겠지만요,
살면서 체념하고, 마음을 비우고, 또 기대하지 않고,
그렇게 사는 주부들도 아주 많겠지요.
때론 밑에 글 쓰신 분들처럼 너무 철저하거나,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숨통이 막혀서 그럴 수도 있고,
때론 너무 무심하고 밖으로 겉돌기만 해서 허전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
어제는 종로 가게에 나갔었드랬어요.
나름대로 애쓰고 힘에 겨워있는 상태였는데, 무뚝뚝한 남편...
사소한 일에 얼굴에 인상을 쓰며 짜증나는 목소리로 본인의 화를
제게 푸는 거예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서 화풀이 한다는 옛속담이 확 떠올랐지요.
제가 한강인가요?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어서
"공연히 내게 신경질이야!"
하고 한마디 쏴 붙이고 골목 밖으로 나갔지요.
골목 밖에도 지나가던 행인들끼리 쌈이 나 있더군요.
담뱃불이 팔목을 스치고 지나갔는데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시비가
붙어있길래 잠시 쳐다보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돌아서 가게로 다시
들어갔어요.

남편이 늦은 점심을 먹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집으로 오면서
'산다는 것이 어쩌면 그리 이기적인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답니다.
모든 사람들, 모두 다 어쩜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하고 사는가...
모든 사람들이 자기자신에게서 손톱만큼이라도 불익이 돌아올까 노심초사 하고 사는 모습들로 클로즈 업 되는거예요.
마음을 비우고 산다는 일,
기대하지 않고 산다는 일,
자기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일,
그거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한 남편에게 웃으며 얘기도 하지 않고,
그저 무뚝뚝하게 밥상을 차려내면서 속좁은 제 자신이 미워서
혼났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공연히 짜증나고 힘들 때, 너두 아이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 주지 않았잖아, 어디고 화를 풀 때 없을 때 아이들 잘못 싸잡아 날 잡았다는 듯이 야단쳤었잖아.... 얘들이 잘못했다는 듯...
오늘 아침,그저 묵묵히 밥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불쌍했어요.

오후 느즈막히 남편에게 전화했어요.
일 때문에 전화한 것 처럼 몇마디 질문을 하고 나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남편에게 그랬죠.
"여보...... 사랑해.."
"응..."
옆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이 답변은 항상 응...알았어...
그 말뿐이지만, 그 말 속에 직접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한 애정이 담겨 있음을 어찌 모르겠어요.
살을 섞고 산지가 수년인데...

여자의 마음이라 좁고 옹졸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사람의 본디 마음이 다 그렇게 자기 위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할 수만 있다면 좁혀진 자루 주머니를 확 벌리듯이 그렇게 마음을
넓힐 수 있다면 좋겠어요.
조금 일찍 들어오라고 해서 좋아하는 소주라도 한잔씩 나눠마시자고
할까봐요.

그래요.
우리에게 남은 날이 얼마나 많다고요.
젊은 시절이 얼마나 있다고요.
함께 의지할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자꾸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이잖아요.
옆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 잊지말아야겠어요.

부부끼리 그렇잖아요.
뭐 그리 큰 이슈로 싸우나요?
아주 사소하고, 아주 작은 것, 본인들 문제들 말고, 주변의 상황들 때문에 말다툼이 나는 일이 종종 생기잖아요.
연속극에서 나온 대사처럼요,
모난 곳이 서로 부딪쳐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서로서로 치고 받으며
서로를 알면서 서로의 모난 곳을 서로 없애주면서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둥글둥글한 돌이 되겠지요.
아주 쓸모있고, 윤기있는!!!
세상 어떤 곳에 굴러가도 잘 박히고, 잘 빠지는 차돌멩이가 되겠지요.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더니 종일 찌뿌린 하늘.
은행가 세금내며 자판기로 찐한 커피를 한잔 마셨더니 온 몸이 개운해 지는 느낌도 좋네요.
장마 단속 미리미리 잘 해두세요.
이런 날은 좋은 향이 퐁퐁 풍기는 바디샴푸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주무세요.
기분 전환엔 좋은 향기가 그만이지요.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꿈 꾸세요.
(저처럼 나쁜 꿈꾸지 마시고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