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눈을 뜨자마자
내 손을 내려다 본다.
가늘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보드럽지도 않는 내 손.....
주인 잘못 만나, 늘 고생만 하는 손.
책 장사를 하면서,
손톱을 길러 본 적이 없다.
아니, 길르기도 전에 뿌러진다고 해야 정답이다.
처녀땐, 조금 기른 손톱에다
예쁜 매뉴큐어도 바르곤 했는데....
엊그제 시엄니
시장에서 배추 여섯포기를 가져 오셨다.
김치......
이젠 정말 실물난다.
난 이번 한달동안 세번의 김치를 담는 꼴이 되어 버렸다.
시엄니 계모임 치르면서 여덟포기.
그 후 김치가 떨어져 네포기.
엊그제 사온것 여섯포기.
합이 18포기 였다.
난, 일을 잘 하진 못하지만,
맘먹고 하면 제대로 할려고 하는 성격이다.
그런데,늘 자신만만했고,
하는걸 좋아했던 김치 담그는걸
한달 동안 세번을 담그니,
정말 지겹다.
그리고, 다음달 김장을 할건데,
시엄니 누가 공짜로 주더라며
가락시장에서 일부러 무겁게 가져 오신거다.
"어머님, 다음달에 김장 할건데,
그리고, 저번에 담은 김치 아직 남았는데....."
"다음달 중순 부터 배추 값 오른단다.
그리고, 누가 공짜로 주는데, 가져 왔지뭐.."
"그럼, 전 이거 담고, 김장 안하면 안돼요?
신정때 또 담으면 되잖아요.
요즘 배추 사철 다 나와서 일부러 김장 안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그럼 내일 여섯포기 더 가져오랴?"
아!!!!!
정말 너무하신다.
장사 하면서 살림 하기도 힘든데,
시엄니.....날 못 부려먹어서 안달 난 사람같다.
오늘 따라 왜 저러신대?
내가 시댁 들어 오고 난 후
시엄니 고추가루 묻히게 한 적 없는데,
반찬.김치.밥.....
척척 알아서 해줬는데,
왜 저렇게 일을 여러번 하게 하시는지......
공짜는 둘째 치고,
며느리 힘들어 할거라는 생각은 안하시나보다.
토요일 저녁에 절인 배추를
일부러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제밤, 시린 손으로 억지로 다 행궈 건져 놓고,
아침에 벼무렸다.
당근 사러 슈퍼 가니,
슈퍼아짐왈
"넌 이번달 김치 몇번 담냐?"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오지.....
어휴~
한달 내내 팅팅 부어 오른 내 손.
불쌍하게 그지 없다.
일복이 터져서 그런다고 슈퍼아짐
나보고 꾀 없단다.
사실....꾀가 없어서가 아니다.
환갑 지나신 시엄니
시장에서 상가 하시는것도 힘드신데,
좀 쉬운일 하는 내가 살림 맡는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며느리가 알아서 할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려, 날 너무 힘들게
하시는게 난 너무 싫다.
이렇게 난 가끔, 시어머니를 미워하게 된다.
어떻게 365일 좋은일만 있겠나마는.....
이 미움이 깊어지지만 말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 여흘 병상 생활 하시면서도
딸보다 며느리를 찾던 우리 어머니.
늙어서 아프면 며느리 고생 시킨다며
자신의 몸 잘 관리 할려는 어머니.
며느리의 수다를 다 들어 주시며,
조용히 말 않고,답답하게 끙끙 앓는
사람 보다 낫다며 좋아 하시는데.........
어머님......
이 며느리가 어머님 미워하지 않게 해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