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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89


BY 녹차향기 2001-06-25


일욜밤이 되면 행복하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는 마음이 어떤 색깔이세요?
가스레인지 위엔 보리차가 보글보글 끓고 있고, 아이들은 단잠에 빠져있고, 창 밖엔 한바탕 비가 지나가 온통 거리가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남푠과 어머님이 함께 일하는 종로거리는 늘 사람들로 복잡하지요.
금요일, 몇 시간쯤 남편과 어머님을 위해 일을 좀 돕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무척 활기찬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몸도 피고, 마음도 피곤해 있던 상태였는데, 귀가 번쩍, 심봉사가 딸의 음성을 듣고 귀가 번쩍 뜨인 것 처럼 그렇게 귀가 번쩍 띄였지요.

어? 이거 무슨 생음악?

그 복잡한 지하철 역에 시민들을 위한 라이브연주, 몇개의 금관악기를 물고 앉아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싱그럽던지요.
발등만 쳐다보고 슬리퍼를 지익지익 끌던 제 발걸음은 자연히 그쪽으로 이끌려 갔답니다.
꼭 뭣에 홀릴 때만 그러나요?
어떤 곡이였는지 모르지만, 연주가 끝나자 한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더군요.

"여러분, 이렇게 가시던 발걸음 멈추고 연주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잡한 도심생활이지만, 시간에 쫓기고 바쁜 생활들이지만, 잠시 여유를 갖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활기차 지시라고 다음은 행진곡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수한 얼굴의 젊은이에게선 맑은 광택이 감돌았지요.
(으음..... 역시 젊은 남자에게선 신선한 느낌이 돌아...ㅋㅋㅋ)
저희들끼리 싸인을 주고받더니 이내 연주가 시작되었어요.
쿵딱쿵, 요란한 드럼소리가 앞서는 듯 싶더니 트럼펫, 트롬본, 호른, 그리고 굵직한 튜바가 연주되었지요.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두 금관악기라고 부른대요...)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렇게 짝을 이루거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채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손을 잡은 채 어깨에 기댄채 모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음악들을 듣고 있었지요.

짜증스럽고 답답했던 마음이 갑자기 모두 사라지기라도 한 걸까요?
거기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의외의 횡재를 얻은 듯, 복권에 당첨되기라도 한 듯!

음악 자주 들으세요?
노래는 어떤 쟝르를 좋아하세요?
전 아무거나 다 좋아해요.
트롯트에서 부터, 팝송, 국악, 경음악, 모짜르트까지.
피곤하고 힘들 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음악을 들으면 아주 기분이 좋더군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고 천천히 내려오는 계단 뒤에까지 힘찬 행진곡이 따라오며 제게 격려의 인사를 나눠주더군요.
"열심히 사세요."

비가 종일 오락가락하는 종로거리를 또 다녀왔어요.
참외를 사다드리니 반가워 하시는 어머님과, 삼겹살 몇 점에 흥이 겨운 아줌마들, 마누라가 차려주는 밥상이 마음 편안한 남편, 엄마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겠다고 정수기에서 물을 빼서 냉장고에 넣어주는 착한 아이들, 그리고 빗방울 연주곡.
부자가 된 듯 행복한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지하철 안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까지 눈을 도저히 뗄 수 없었던 그 소설,
김주영님의 "천둥소리"

그렇게 또 일요일을 보내고 다시 한 주를 시작하려고요.
비내리는 날엔 이렇게 맑은 음성의 여가수가 생각나잖아요.
"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
활기찬 일주일이 되시길 바랄게요.
편안하게 푸욱 주무세요.
미인은 잠꾸러기라잖아요.
잠자는 동안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 되고, 피부가 되살아나며,
모든 신체활동이 원활한 상태로 돌아간대요.
기억력도 향상되고, 키도 쭈욱쭉 큰다고 하는데,
잠 잘 자야겠지요?
행복한 마음으로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