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풍경
글.이향숙
밥상위에 빈그릇들이 하나 둘씩 채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비릿한 고등어가 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믹싱볼에서 엄마의 손으로 부지런히 고소한 나물들이 무쳐지고있다.
참기름을 듬북 넣은 후 통깨를 솔솔 뿌리면 ..침 넘어간다.
아침을 늘 우유와빵으로 대신하는 큰 애의 입에서도 꼴깍한다.
아침이 부실하면 하루 종일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공부도 안되고 일도 안된다고 하시면서 든든히 먹으라는 친정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시골에서는 넘쳐나는것이 나물들이다.
들로 산으로 가면 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가 널려있다.
고기나 생선은 생일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 음식이었다.
밥때가 되면 마당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이 다 되면 넘치지 않게 솥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뜸을 조절한다.
고소한 밥 냄새가 뜸을 들이길 기다리는 동안
부지런한 엄마는 열심히 나물을 다듬고 이것 저것 반찬을 만드신다.
그때 제일 인기 있는 반찬이 시금치 나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난 시금치을 좋아한다.
밥상에 하나둘씩 반찬이 채워지고 마지막으로 나온 국 대신 숭늉이
구수하게 코끝에 와 닿는다.
숭늉은 시댁 어머님께서 손수 해 주신거라 맛이 진하고 구수하다.
주위 아줌마들이 먹어 보더니 맛있다고 해마다 부탁을 많이 한다.
밑반찬 보다 즉석에서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은
찌개나 국이 꼭 있어야 하는데
보통 숭늉으로 다 때운다.
그 바람에 애들도 숭늉을 좋아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줄 알게 되었다.
어제 담은 파김치가 먹음직 스럽게 담긴 그릇을 중심으로
빙 둘러져 소담하게 담아낸 반찬들이 인기다툼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반찬들 가까이에 앉을려고 우리 애들은 자리싸움을 한다.
그래서 아빠는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하라고 한다.
늘 밥상앞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아빠가 먼저 수저를 들면 모두들 기다렸단 듯이 일제히 한곳으로 젓가락이
간다.
갓 튀겨낸 돈까스이다.서로 찜할려고 한다.
막내도 입에 하나넣고 포크로 또 하나 콕 찍는다.
안되겠다 싶어 가위로 잘라서 세명 똑 같은 갯수로 개인 접시에 담아준다.
하나씩 비워지는 반찬그릇들을 보면 엄마는 미소짓는다.
가족들이 즐겁게 맛있게 밥을 먹어 주는것이 얼마나 보람있고 짜릿한 쾌감인지 남자들은 모를것이다.
간혹 반찬이 간이 안맞아 아빠의 약간 잔소리를 곁들인 밥상도 있지만
대체로 맛있는 밥상을 대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반찬을 아주 잘하는것도 아니다. 다만 정성으로 가족들에게
맛있게 먹이고 싶은 마음이 통해서라고 본다.
맛있는 생선을 발라 애들 밥위에 올려주는 일이 즐겁다.
내 입에는 안들어가도 식구들이 즐겁게 식사하는것만 봐도 난 배가 부르니까.
숭늉그릇까지 비워지면 밥상을 들고 주방으로 간다.
식탁이 있어도 우리 가족은 밥상을 더 좋아한다.
나도 남편도 옛날시절이 그리워서이지 싶다.
식탁에 앉아서 먹으면 서로 떨어져 앉게되어
서로 말도 없어지고 반찬이 멀리 있게 되어 먹기도 불편하다.
식사중에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옛어른들은 말씀 하셨지만
밥상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있게 된다.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식사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애들도 밥상을 더 선호 하지만 이유는 딴데 있다.
텔레비젼을 보면서 밥을 먹을수 있어서이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밥상을 가운데 놓고 오손 도손 붙어앉아 먹음으로써
정이 새록새록 돋아나는것 같다.
주부들이 반찬하는것이 제일 싫다고 말한다.
나도 싫을때가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밥상을 차린다는것이
그것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즐겁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