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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리움.


BY phhs423 2002-10-28

작은 그리움

글. 이향숙


빗줄기 사이로 문득 손을 내밀고
다가 올것만 같은 작은 그리움이 있습니다.
빗줄기 사이 사이로 비춰지는 추억들이
작은 그리움으로 원을 그립니다.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가 뜨고 그 무지개
타고 하얀 구름 처럼 뭉게뭉게
작은 그리움들이 피어납니다.

가을 들녁을 누비는 참새들이 철 지난 허수아비 옷에
걸터 앉아 휘파람을 부는 그 소리에도 작은 그리움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하얗게 수를 놓고 있는 억새풀에
가을이 꺾이고 에이지만 그 바람소리에도 작은 그리움이 묻어 납니다.

낡은 벤취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 보지만
앙상한 가지가 외롭게 떨고 있고 그 사이로 비켜가는 바람에도
작은 그리움이 돋아납니다.

수없이 지워도 다시 채워지는 하얀 파도의 포말에 휩쓸리는
모래알들 속에서도 작은 그리움이 피어납니다.

창가에 빗방울들이 줄을 타고 내려오고 입김으로 호호불어
다정한 연인의 이름을 써보기도 하고 하트모양을 그릴때도
작은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밤하늘에 유독 반짝이는 별보다 아스라히 멀어져 간 희미한 별빛이
깜빡일때 작은 그리움들이 깜빡거립니다.

달무리 속에서 다정한 연인을 보는것 같아 달을 손으로 가려 보지만
그 손가락 사이로 달이 동그랗게 웃고 있을때 작은 그리움이 그려집니다.

새벽녁 냇가에 피어 오르는 물안개속에서
희미한 물소리와 계곡을 휘휘돌아 내 발걸음을 따라 나서는
바람소리에도 작은 그리움이 피어 납니다.

스산한 날씨에 손안에 가득 쥐어진 찻잔 속에서
은은한 향기에 도취되어 눈을 감아도 작은 그리움이 떠오릅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이나 샹송을 들으면서
흥얼거리기도 하고 사연 있는 노래가 나오면 문득문득
작은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외출을 위해 거울을 보면서 매무새를 만지며
마지막으로 립스틱을 바르는 순간에도 작은 그리움이 그려집니다.

목에 두른 스카프로 마무리 하고 하이힐을 신고
외출을 하러 합니다.
작은 그리움들을 가득 안고서. 혹은 그 작은 그리움들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