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때는 누구나 신랑 출근길이면 반드시 절대 절명으로 하는게 두가지 있다.
"자갸~~~잘갓다와~~!! 차조심 음식조심 특히 요자 조심하고 끝나자 마자 잽싸게 오는거 알쥐~~!!!나 눈 빠아~~~지게 기달린당!!!!"
하며 코 맹맹거리는 목소리를 섞어 가며 볼에다가 쪽소리나게 뽀뽀를 한후 그것도
모잘라 현관문 닫음과 동시에 배란다로 쪼르르 달려나가 손이 빠져라 흔들어 댄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 퇴근 시간 다가올라치면 신랑 좋아하는 맛잇는 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시계를 5분에 한번씩 쳐다보며 오늘따라 시계가 왜 이리 늦지??
고장났나???하며 멀쩡한 시계탓만 하기 일쑤다
혹여 늦는단 전화라도 오는 날이면 먼저 자란 소리에도 불구하고 대문밖에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조금씩 걷다 보니 어느새 버스 정류장 앞까지 와 있던 일이 허다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혼 횟수가 지나면서 출근할때 하던 진한 뽀뽀도 차츰 그 강도가 약해지고 애 치닥거리에 지치다 보니 저녁땐 들어오든 말든 잠이 보약이라면서 퍼자는 게 보통이다.
좀더 지나 애 학교라도 보내게 되면 남편 보내고 애 학교 보내면 무슨 해방된 민족이나 되는냥 오예~~이젠 자유다 싶은 맘에 침대에서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퍼 잔다.
이쯤되면 신혼때랑 같은게 있다면 여전히 시계가 고장났다는 것이다.
다만 신혼땐 비둘기호처럼 느리기만 하던것이 결혼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빨라져 새마을호가 되고 결혼 10년째쯤되니까 이젠 프랑스제 열차인 떼제베를 방불케 한다는것이다
그런데 결혼 10년이 넘은 난 아직도 이짓(?)을 하고 있다.
출근할때 뽀뽀야 별루 어려울건 없다.
하지만 안보일때까지 손 흔드는게 여간 곤역이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13층인데 신랑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진 꽤 오래 걸린다.
추운 겨울이면 완전 무장까지 하고 배란다에 나가도 온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다.
게다가 우리 신랑 회사 시간이 여유가 있는 날이면 사라 졌다가도 짠~하고 다시 나타나서 내가 아직도 서있는지 확인한다.ㅠㅠ
신랑이 얼마나 좋으면 추위도 불사하고 매일같이 이러느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오우~~노~~~노우~~~~~이다
신혼시절 서로 살짝 쳐다만 봐도 찌리리~~흐르던 100만 보르뜨 전압은 한10년 살다보니 하두 건조해져서 이젠 찝찝한 정전기만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어쪄랴~~~~!!!!
사랑보다 더 깊은게 정이라지 않는가..
자식이란 인질범이 내 발목 잡지.. 헌옷 드라이하고 다린다고 새옷되는거 아니지..
이래저래 자포자기하며 살고 있건만 이 귀찮은 손운동은 언제나 그만 둬야 할지 난 신랑이 서운해 할까바 하루하루를 미루면서 말할 촨스만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따라 신랑이 술한잔하고 기분이 좋아 보이길래 때는 이때다 싶어서날도 추워지고 사람들 보는눈도 있는데 이젠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며 신랑한테 넌지시 떠봤더니 풀이 팍죽은 목소리로 "하기싫음 넌 안해도 돼"하는게 아닌가.
아니!저게 먼소리지???? 하지 말란 소리야 하란 소리야???
음~~~잠시 고민을 햇지만 난 언제나처럼 나 편한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래!결정했어..인제 안한다..첨에야 좀 이상하겠지만 며칠만 꾹참자!
그 다음날부터 난 굳은 결심을 하고 딴데보다 진한 뽀뽀로 배웅을 하면서 이게 전부란 강한 암시를 던졌다.
하지만 10년을 해온거라서 그런지 자꾸 배란다쪽으로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며칠만 참으면 되는거다..
이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난 앞으로10년을 이짓을 더해야 하는거다..참자..으으으윽~~
그날 저녁 퇴근하고 신랑은 암말이 없었다.
왜 내다 보지 않았는지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길래 난 속으로 그래.. 사실 자기도 귀찮았을거야
사람들 시선도 있는데 길거리서 손흔들며 걷는게 엄청 쪽팔렸을텐데..자기가먼저 그러자고 하문나 삐질까바 그동안 차마 말못하고 고민했던 차에 내가 그런말 했으니 속으로 얼마나기뻤을꼬..
좋아서 춤이라구 추고 싶었을텐데 참느라고 고생해쓰...ㅎㅎㅎㅎ
"에구..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서로 편히 살건데...부부란 참 이상해...별거 아닌말도 이렇게 꺼내기가 힘들다니...암튼 난 이제 해방이닷!!!!!만세!만세!!만만세!!!"
난 오랫동안 밀린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쾌재를 부르며 만세 삼창을 해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신랑 출근하고 난뒤 티비를 보니 오늘 비가 온다는것이었다.
우산을 안가지고 갔길래 날씨가 어떤가 싶어서 배란다로 나가?f더니
헉~~~~~~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세상에~~~~~~신랑이 앞으로 안걷고 뒤로 걷는게 아닌가?
앞으로 조금씩 가고 있기는 한데 몸이 뒤를 향해 꺼꾸로 걷는 자세로 고개는 목이 빠져라 위를 향하고 있는데 실로 그 모습이 과간이 아닐수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내다볼까바 잠깐이라도 앞을보면 그사이 내가 돌아볼까바 아예 뒷걸음으로 걷고 있는 울신랑..
내 모습을 발견하자 울신랑 너무 기뿐 나머지 옆에 사람들이 쳐다보건 말건 두손으로 하트까지 그려대며 손을 흔들어 대는게 아닌가?
아~~~~~딴 여자 같음 감동으로 가슴이 미어질 순간이건만 난 서글품으로 눈물이 다 나올지경이었다..
그래도 설마 햇거늘 우찌 이런일이!!!!!
10년한게 모잘라 앞으로도 또 10년이란 말인가!!!!!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빨리 오려는지 아침이면 찬바람이 매섭게 내볼을 때리고 내가슴을 아프게 한다..
오늘도 난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두려워 하는 배짱이의 서글픈 바이올린 연주처럼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감춘채 방긋 방긋 언제나 웃고있는 인형처럼 가족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러 나가는 신랑을 위해 힘차게 손을 흔든다..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