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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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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가슴


BY 그림자 2001-06-23

혼자 밤새
껍데기 같은 모습으로 서성거리다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에
맥주를 마셨다.
그가 가엾고 내가 가여워서......
함께 한지가 17년이나 되었건만
아직도 서로에게 맞추지 못해
이리도 힘이 드는지
내 몸이 이젠 말을 듣지 않는다.
그의 횡포 아닌 횡포에 내 신경이 반란을 일으켜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열심히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곤 했다.
자신의 성격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저사람
당할땐 한없이 증오 스럽다가도
그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대책없이 무너져 내린다.
가여운 사람
완벽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성격탓에
저리도 힘들어 항스트레스성 약을 8 년이 되도록
못 끊고 있는 사람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많지만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사람
유일한 속을 털어 놓는 친구요
한잔 하고 싶은 친구가 아내인 사람
완벽하지 못한 아내
완벽하지 못한 자식에 대한 불만으로
그의 분노가 터지면
온몸 밑바닥부터 끓어 오르는 증오로
그를 미칠듯이 저주하다가도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그가 가여워지는 속도 없는 나
난 너무나 그를 잘 알고 있으므로.....
내가 없으면 그는 아무데도 기댈데가 없으므로
내가 없으면 철저하게 혼자이므로
설사 아파서 죽어간다해도
손가락 하나 내밀지 않을 사람
하지만
그런 그를 감당해내기엔 이제 내가 너무 지쳐버렸다.
내 신경이 그를 거부한다.
내 온몸이 그를 거부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를 참고 살기엔 위험부담이 이젠 너무 커져버렸다.
더 이상 병든몸으로 살지 않으려면 그를 잘라 내야 한다.
그를 잘라내고 나면 그는 어디로 가야하나?
누구에게 지치고 외로운 몸을 기대야 하나?
최후 통첩같은 아내의 말을 들은뒤
심사숙고 한말이냐고 몇번을 물은뒤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알았다 한다.
사흘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철저하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해결하는 사람임을 잘 알기에
너무도 두렵다.
그가 그를 해칠까봐.
하지만 전화 한번 하지 못한다.
그가 날 경멸 할까봐
난 내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