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도
그리 밉지가 않은 건
가을인 탓이리라.
봄의 당당함도
여름의 화려함도
이제 다 접어두고
차분히 겨울을 준비하는
겸손함이 이 계절에 배어있다.
더욱 맑고 높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면
탁해진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하는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무심코 외웠던 싯귀가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울려오던 어느날
어느 새 사십대의 중턱에 서서
삶의 무게를 힘겨워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펼쳐질 나의 미래앞에 당당했던
나의 설익은 삼십대는
이제와 돌아보니 부끄럽기만하다.
나를 속인 삶에 노하기보단
그로 인해 겸허를 배운 것을
오히려 감사하리라.
어떠한 모습이든, 한 사람의 삶 앞에서
일생을 지나온 긴 여정의 고단함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어
누구의 삶도 얕볼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 지금
늙어간다는 사실이 부자가 되는것 만큼이나 좋다.
내 오십대는 더 깊은 너그러움으로 맞고 싶다.
마음속에 모든 가시는 남김없이 뽑아버리리라
‘나’만이 아닌, ‘너’를 위한 삶으로
나누는 기쁨에 이 작은 마음이 자라고
그 어떤 풍파와 요동도 평온함으로 감쌀수있는
넉넉한 품으로 키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