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사망 시 디지털 기록을 어떻게 처리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0

그때 그분이 맞는거야?


BY 바늘 2001-06-23

꽃꽂이를 하다보면 흐드러지게 핀 꽃보다 마악 꽃잎이 열릴 듯 말듯한 꽃이 바라보기가 왠지 난 더 좋다.

그안에 꽃술과 꽃잎들 사이에서 사랑의 속닥임도 있을것 같고 겉으로 보여지는 색이 아닌 또 다른 고운 색이 그안에 새초롬하게 담겨 있을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고 , 꽃이 지고, 그 피고 지고의 순환이 인생살이 아닐까?

오늘 비가 오기에 아이를 학교앞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 와서 엘리베이터를 열림 누르다 난 그만 가슴이 콩닥~ 쿵 ~~

문이 열리자 4층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감색 양복을 입으시고 지팡이를 짚고 중절모를 쓰시고 그안에 우뚝 서 계신것이 아닌가?

어머! 할아버지 왜 여기 계셔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주 천천히 어눌한 말씨로 말씀하셨다.

우리집에 가려구요~ 네에~ 제가 모셔다 드리지요~

4층을 누르고 문을 열고는 할아버지 댁에 모셔다 드리고는

어쩜~~~~~~~~~세상에~~~~~~

내가 이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그때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정말 한국영화 어느 한대목에 출연하면 따악~어울릴 것 마냥 깔꼼한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쓰시고, 오른편인가?왼편인가? 서류 가방을, 그리고는 걸음도 단정하게 그렇게 출근을 하시던 분이셨다.

그런데 이제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십년을 앞에둔 지금 할아버지는 그 변하는 강과 산처럼 저리 변함을...

다리는 흔들거리시고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사각의 서류가방은 어디로 가고 지팡이가 그렇게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정말 세월은 흘러 그멋쟁이 할아버지를 어찌 저리 맹글어 놓은 것인지?

측은함과 무상함이 함께 다가온 이 아침

꽃의 피고 지고와 4층집 할아버지의 그 피고 지고가 왠진 한울타리 처럼 다가와서 바늘이 이렇게 노닐다 갑니다.

휘리릭~~~~~~

가다가 되돌아서 한마디~~~

인생은 미완성~

쓰다간 마~~안~~ 편지 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