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 몸담고 있는 그녀들과 오랜만의 만남 ...
볼이 미어져라 쌈을 싸서 먹어 대다 보니
너 이밥 다 먹을꺼니? 흰쌀밥이 날 노려본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밥상에 앉을 때면 마음속으로는 어김없이 외치면서도
먹을 것 주체 못하는 타고난 식성탓에
오늘도 애꿎은 야채쌈에다 아쉬움만 가득 싸서 먹는다.
여름철 입맛 없는 날에
이것 저것 갖은 야채를 가지런히 대나무 소쿠리에 빙둘러 담아 놓고
맛깔스런 쌈장하나에 적당히 먹기 좋을만치 식은 밥...
거기다 새콤달콤 오이냉국에 수저를 담그면
그래도 입맛 돋구는데는 그만이었는데 ...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릴만한 버섯전골을 먹자 의견을 내놓았건만
그녀들 중 누구는 아마도 이런날에 볼 미어지게 쌈을 먹고 싶었던 것인지
나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먹음직스런 보쌈 고기를 애써 외면하고
야채쌈에 밥만 얹어 시뻘겋게 무친 무우채를 곁들여 먹자니
조금은 헛헛하여 간혹 가다 고기도 하나씩 얹어 두니
뜨끈한 국물맛은 느낄수 없는 식사이지만 그런데로 먹을만은 하다.
야채만큼은 충분히 먹어도 되겠거니 ...
부지런히 쌈을 종류별로 얹는다.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서는
먹을때는 확실하게 먹고, 그만큼 운동을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포만감이 이는 식사탓이었을까?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에서 나름대로의 여유를 찾으려 한다.
오늘처럼 날씨가 쌀쌀한 날이면
종이컵을 감싸쥔 손으로 따스하게 전해지는 온기와
그 향기가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고
매일 보는 얼굴들과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서로들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않아 하루를 보낸다.
커피 한잔!!
살짝 눈인사를 건네면 짧은 시간이나마 우리가 되어 마주 앉는 시간을 갖는다.
방금 머금은 커피향 은은히 풍기며 서로가 듣기 좋은 이야기 ...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주 가끔씩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을의 오색향연을 함께 내려다 보기도 하고,
바람에 실려 날리는 쓸쓸한 낙엽의 행렬을 따라 하염없이 눈으로 걸어도 본다.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마주 대하는 인연 ...
가족이 아니라서 더 특별한 인연으로 마주한 우리는
어쩌다 떠오로는 어설픈 감성으로 써내려간 이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며
서로의 옷차림, 머리모양의 미세한 변화까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우린
편지를 쓰고,
그냥 한번 웃어도 보고,
아픈 속내를 들켜도 좋을 그런이들이 된다.
하루중 얼마간의 시간을 떼어내어 그렇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오늘도 어김없이 만나며 또 하루를 보낸다.
커피를 마시면서 ...
인생의 쓴맛, 단맛 오묘한 맛의 조화로움을 생각한다.
이렇게 으스스 몸 떨리는 날에는
내가 먼저 누구에겐가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고프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서고 싶다.
이렇게 쌀쌀한 날에는 ...
버버리 깃 여며줄 누군가의 곁에 바짝 다가서서 팔장을 끼고
호호 불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찾고 싶어진다.
노을빛 가을풍경에 젖어
저무는 날을 잊어 볼수 있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