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4
목요일의 아침
비온 뒤의 화창한 아침은 세탁기 돌리기로 시작되었다.
주방이며 방이며 서재의 커텐들이 일제히 뜯겨나가고 오래도록 붙어있던 먼지들 때문에 세 차례의 세탁을 거쳐서야 겨우 빨래 줄에 널릴 수 있었다.
"엄만 엄마 방만 이쁘게 하나?"
는 딸아이의 핀잔과
"애나 엄마나 똑같다."
는 남편의 애정 어린 감상을 들으며 방문이며 농이며 백설공주에 미키, 미니 스티커를 붙였다.
유치하다는 소릴 들으면서도 아이랑 더 예쁜 것 차지하기에 열을 올리고 정말 닭살스런 스티커들로 방을 꾸미는 건
"아직도 청춘이군. 이제 다시 신혼이네." 하는 그 한마디 때문이 아닐까
남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내가 그렇게 느끼도록 스스로 세뇌를 시키는 것.
늙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는 특히 생각이 늙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를 항상 긴장시키는 주문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항상 신선한 생각들로 나를 깨워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난 그들에게 엉뚱하게 접근해서 그들의 언어로 다가간다.
덤으로 신선함을 불어넣어 줄 화초들을 가져왔다.
"잘 살아요?"
라는 질문에
"키우기 나름이죠."
하며 얼굴을 붉히게 하는 꽃집 아줌마의 한 마디에 그 동안 죽여버린 화분들에게 새삼 미안해졌다.
그래서 대변혁을 했다.
"이번엔 걱정 없어."
대나무와 선인장만 잔뜩 샀으니까.
청소5
그리고 금요일
맞춰놓은 유리들이 도착하고 씻어놓은 커텐들이 제자리에 끼워지고 시계와 액자들의 배치가 새로워지고 친정에서 물김치를 얻어오고 이제 바야흐로 손님맞이가 끝나 가는 분위기였다.
쉬어야지 쉬어야지 하면서 거부할 수 없었던 열흘간의 대청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친구는 그랬다.
"청소의 결론은 일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청소를 하면 한 만큼 깨끗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지."
라고. 내 결론은
"애초부터 우리 집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과연 알 수 있을 것인가?"
였다. 하지만 남이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청소가 주는 선물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살고 있던 칙칙함을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어낸 듯한 그런 시원함이 아닐까?
그리고 출근했다 돌아오면 하나 하나씩 바뀌어 있는 집안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남편의 웃는 모습.
이제 그만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즐거움을 오래 누리고 싶어하는 우렁이 색시의 그 포만감.
하지만 목욕탕에만 들어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세미에 퐁퐁을 들고 욕조와 바닥을 닦으며 노는 딸 아이들을 보면 우울해진다.
분명 기특하게 생각해야할 행동인데 그 애들에게만은 이런 주부로서의 일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는 것 또한 내 마음이다.
"딸들아! 너희들은 남편이랑 같이 오손도손 청소해라. 아님 아예 튼튼한 남편에게 시키든지"
http://column.daum.net/nie1612/ 혼자보기 아까운 아이들글 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