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재수 없는 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파란하늘은 먹구름이 덮어 버렸고,
조용히 내려 앉은 부슬비
한참 빨갛게 물들던 단풍잎
몸도 젖고 마음도 젖어
바람결에 날려 버리는 아쉬운 남는 날...
곱고 고운 가을단풍 오래오래 머물길 바래 보아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세상사 모든일...
며칠 전 딸,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갔다.
대중탕에 가면서 녀석들은 꼭 수경을 챙긴다.
"목욕탕 가면서 수경 가져가는 녀석들이 어딨어?"
"엄마는, 잠수 할 때 필요해요."
"참나, 사람들 많은데 그럼 안되지."
"피해 안 가게 하면 되지요."
"알았다..."
각자의 옷을 챙기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을소풍 가듯 셋이 즐거운 발걸음으로
마트부터 들러 커피 우유를 하나씩 샀다.
"커피 우유 먹음 아빠한테 혼나!"
"오늘 하루만 봐 주세요 네?"
"몰라. 난.."
하나씩 사 들고 가기가 그런지 녀석들이
내가 들고 가는 목욕바구니에 음료수를 담고는
또 둘이서 아웅다웅 해 가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온탕 안에서
수영도 하고 둘이 잘 놀더니
목이 탄지 아들녀석이
"엄마! 우유 주세요"
"응 바구니 안에 있어. 갖다 먹어"
"엄마! 우유 엄마가 하나 먹었어요?"
"아니, 너희들것을 엄마가 왜 먹어?"
"하나밖에 없어요"
"그래? 그럼 나눠 먹어라. 누나랑"
"네.."
"이상하네 두개를 내 손으로 담았는데, 어디 갔지?"
아마 바구니가 복잡한 줄 알면서 위에 얹었더니 떨어져 버렸나 보다.
할 수 없이 둘이 나누어 먹게 하고
"누군지 몰라도. 우유 주워서 잘 먹겠다"
"엄마는, 땅에 떨어진 걸 누가 주워 먹어요?"
"왜? 팩 속에 들어 있는데.."
"그래도 안 주워 먹어요"
"그럴까?"
"그럼요."
혹시나 하여 돌아오는 길목을 유심히 보니
우유팩 하나가 반쯤 터져서 아스팔트 위에
구르고 있지 않는가?
한쪽 구석에서 터져 있는 걸 보니
차가 지나간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누가 발로 밟았나 보다"
"그것 보세요. 아무도 주워 먹지 않죠?"
"그래. 아쉬운 것 없이 사는 우리들인가 보다"
길에 흘러 있으면 주워 온다는 게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먹는 것을 발로 밟아 터지게 하는 걸보고는
우리의 생활이 이렇게 풍요로워진 것일까?
우리국민의 경제수준 아직 풍요롭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아끼는 마음 부족해서 일까?
아니면 내 것이 아니면 손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을까?
헷갈리는 날 되었다네.
우리 아이들 반쯤 터진 우유팩을 보면서
딸아이 "아이쿠 아까워라"하더니
"엄마! 시원하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세요!"
"그래. 사 먹자"
개구쟁이 아들녀석 신나게 장난치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다가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흙이 뭍은 아이스크림 주워 먹을 수 없기에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한마디하는 말
"오늘 왕 재수 없는 날이네."
그래 오늘 하루일진 좋진 않구나.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한 날이로구나.
'내일은 그렇지 않겠지? 희망으로 살아야지..'
속으로 되새겨 보는 날 되었답니다...
들국화
-김용택님-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 번 피는 꽃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요.
=은은한 풍경소리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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