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고 드센 여자.셋
한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하게 될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까.
얼마나 많은 반란을 하게 될까
반란의 성공은 얼마나 될까.
나 자신의 말보다는 타인의 말들을 더 많이 하고 사는 건 아닌가.
가슴속에 숨겨져 있는 나는 밖에 나와도 여전히 지금 살아있는 사람과 동일한
얼굴의 사람이 맞을까. 새벽녘 동이 터오는데 문득 생각이 생각을 물고만 있다.
"친구는 백냥 주고 사고 이웃은 천냥 주고 산다"는 이 나라에 살아오던 사람들의 말
힘을 빌어 이웃 사촌이란 말들도 무성하건만 ...
이젠 데면데면 하게 굴기도 꿰 잘한다. 나는 .
서로 딱 마주치는 자리가 아니거나, 눈 도장이 찍혀지지 않으면 모른체 하고
넘어가는 것도 이력이 붙는지. 마음에 없는 사람에게 억지 인사를 하고
사는 것들도 고달프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겐 지나가는 개한테도 오요요요. 하면서 한 동네 사람들이나
어른들이신데 인사는 꼭 해라. 가르치면서도 그것이 살아남기위한 제일 마지막
부록이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은 딴곳인데 몸은 그러자고 습관을 들인다.
서울 생활의 좋은 점이란 그런 일련의 것들이라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음에도
또 나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영양가 없으며 서로를 할퀴는 말들까지 밥에 얹혀 먹으며 살면서도
고분 고분 인사도 잘하고 간간히 모양새는 없지만 입 헤벌쩍하게 웃기도하면서
사는 것이다.
아이말마따나 사람은 잡식성 고등동물이므로 가능하지 않은가.
내 코가 석자인 주제에 한 친구와 절친하게 지내던 사람의 일을 가지고
속을 끓이고 열을 푹푹 내고 말았다.
총알은 없지만 총대를 매겠다는 내 말에 한 나절을 머뭇대더니
너는 나서지 마라.
차라리 입빠른 그녀가 터뜨리는 게 낫다.고 했다.
글쎄 사람마다 사는 것이 여러갈래지만 연세도 지긋하신 분이
돈지갑 관리를 잘못하셨는지.
아니면 넉넉하게 잘 살아온 날들속에 가난한 날들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였는지 ,이곳저곳 물 건너 다니는 말들이 점점 험악해져 가고 있다.
잘 지내온 날들을 감안하여 그 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하여
위돌빼다 아랫돌 막고 , 아랫돌 빼다 윗돌 괴이는 식의 돈 빌리고 갚기는
말아달란 소리를 , 그런 걸 해도 사무실에서 말고 딴데서 하시라는 말을
두고 집 문제도 해결이 안된 내가 숙제처럼 곰곰이 따지고만 있다.
악따구니를 쓰면서 할 얘기도 아니지만 악따구니를 써가며 듣는 말보다
더 고통스러운 말인데...그러면 잽힐 사람은 너빡에 없다는 말에 ,
억세고 드세지는것이 나도 모르게 먹어버린 성질인데, 마음 약한 것까지 먹으면
그나마 쓸개도 빠져 약발도 없는 데다가 나는 토끼띠여서 이미 용궁에서
용왕에게 말한바 간을 빼서 햇빛 좋은 곳에 말려 두었으니 태어나기 애초부터
간도 없는 사람인데 얼마나 더 다치겠냐. 하고 말았지만...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산다는 일이 얼마나 어깨 무거운 일인지
요행히 능력이 있어 큰 소리 뻥뻥 치고 산다면 모르는 일이지만.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상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좋은 세상에서 이 좋은 물건들을 두고
나는 오늘도 이 땅에 건강하게 남기 위해 한눈을 감는다.
난시가 끝까지 차오른 한눈을 감으면 다른 눈도 절반이 절로 감긴다.
시력 집중을 위해 미간을 좁히면 세상도 잠시 좁혀 지고...
내가 보는 세상을 좁혀 등 꼬부라진 할매가 다라이에 콩을 담고 앉아 있는
곳으로 가 조잡하게 구부리고 앉아 "할매. 콩 주세요" 하리라.
아이가 밥 속에 든 콩을 알약 먹듯 물에 꿀꺽 삼키건 말건
화장실에 사람이 있나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간 작은 아이가
"엄마 누나 똥에 콩이 그대로 나왔어. 소화도 못시키나봐 "하건 말건.
지지배.그렇게 발을 구르다 말고, 그래도 여전히 엄만 콩밥할란다.
웃음을 베어 물며 한 눈만 감고 살리라.
두 눈 다 감으면 넘어지니까.
200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