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6살 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돌'을 지나면서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워낙 밥을 잘 먹어서 지금은 같은 또래에 비해 상당히 키가 크고 튼튼한 편이다.사실 요즘 아이들은 '밥'보다는 군것질과 인스턴트 식품에 젖어 '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어떤 엄마들은 회초리까지 들고 밥을 먹일만큼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아이는 내가 과자나 사탕을 사 주어도 오히려 어른인 나와 남편만 먹을 뿐 조금만 먹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끔 밖에 나가 "승호야 우리 오늘 햄버그 사 먹을까?"하고 물어 보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가 워낙 '밥'을 잘 먹으니까 귀찮을 때도 있다. 남편이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거나 몸이 아프거나 할 때면 간단하게 배달된 음식을 시켜 먹고 싶은데 아이는 오로지 밥이다.
내가 얄미워서 "넌 밥보야"하고 놀리기도 할 정도이다.
어느 날 아이가 이제 갓 돌이 지난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그 책은 아기용 그림책이었다. 책 속에는 바나나와 귤, 빵, 밥 등이 그려져 있었다.
바나나가 나오는 페이지에서 아이가 동생에게 "자, 네가 좋아하는 바나나가 여기 있네"하였다. 다음 페이지에 귤이 나오자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귤도 있구나"하였다. 그러다 밥솥이 나오는 그림에 가서는 "우와! 밥솥이네.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밥이 여기에 들어있단다. 네도 밥을 잘 먹어야 이렇게 오빠처럼 튼튼해진단다. 내 동생 쑥쑥 잘 자라야지 그치!"하는 거다.
참 웃기는 아이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바로 '밥'이라니 말이다.
어쨌든 아이가 '밥'을 잘 먹으니까 그 흔한 감기 한번 걸리지도 않고 군것질을 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도움도 되고 다른 아이들처럼 가게에서 뭘 사 달라고 조르지도 않으니 한편으론 고맙고 기특하다.
정말 아이의 말대로 밥이 보약이 아닐까 싶다. 인스턴트 식품이 난무하는 요즘 밥과 반찬을 골고루 잘 먹어주는 내 아이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가끔 귀찮아서 놀리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지만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주는 아이이게 나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