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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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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다른 여자와 남자


BY 쟈스민 2001-06-18

느긋한 일요일 오후

오늘은 그 남자 별로 바쁘지 않은 모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거실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스포츠 중계에 열을 올리는데.....

쿵쿵쿵.... 마치 스포츠 중계석을 거실에 옮겨다 놓은 듯 울려대고

그 여자 이웃집에 신경쓰여 소리 낮추라 재촉하고.

"스포츠란 생동감이 생명이야" 잔소리 말라 대꾸하는 그 남자


시간이 난다면 클래식이던, 팝이던, 발라드 가요 던
편식하지 않고 음악이라면 그저 두루 잘도 섭취하는 그 여자

티비 켜면 트롯트 일색 프로를 좋아하는 그 남자

미모의 여자 가수 모모 양을 좋아하는 그 남자

좋아하는 가수는 없고, 그의 음악세계가 좋은 가수는 있는 그 여자


한번 쓴 물건은 꼭 제자리에 복귀시키는 그 여자

편하게 아무데나 놓고 맨날 전화걸어 핸드폰 찾는 그 남자,


이렇듯 다른 두 여자와 남자가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날 다르다고 타박할 수 없어

한 십년 같이 산 세월속에 이젠 무뎌지나 봅니다.

웬만해선 말 하지 않는 여유도 생겼고, 그러려니 넘어가는 관대함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서로 일치되는 부분이 좀 많았으면 하는 바램은 있죠.

최소한 서로 닮아가려고 애쓰는 부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오늘도 그 여자

느긋하게 음악 듣는 일요일은 애즈녁에 포기한 채

애꿎은 방만 닦고, 또 닦다가 그것도 치우고 책 한권 붙들어 앉히는데...

그 남자 하는 말 "그 책은 당신 수준보다 너무 높은 거 아닌가"

"모처럼 가볍게 읽으려고 고른 책인데..."라고 말하는 그 여자

오늘도 이렇게 생각이 많이 다른 여자와 남자는 아무렇지 않는 듯 살고 있는데 그 여자 애써 좋은 것만 보아야지 하고 마음 고쳐먹어 봅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차이 같지만 이런 부분까지도 비슷한 부부란 참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너무도 다르기에 다른 모습속에 비춰진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서로 다르지만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힐책하지 않는 너그로움도 때때로 필요한 것이 부부란 것 아닐지요.

서로 두루 뭉실 그냥 넘길 수 있는 부분이 차츰 많아 지는 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부부에게 누구나 찾아오는 손님 같은 걸까요?

오랜만에 반가운 비도 넉넉히 내리는 날입니다.

넉넉한 마음, 푸근한 아줌마의 마음으로

오늘은 너무도 다른 그를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보려 합니다.

그 여자 더 이상 그 남자에게 맞춰주길 기대하기 이전에 그 남자가 갖고 있는 독특한, 자신에게는 없는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어집니다.

십년 동안 참 많이도 투닥이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젠 좀 더 많이 이해해주고, 따뜻한 가슴으로 말 한마디라도 정겹게 건네고 싶어집니다.

넉넉한 비때문에 생기는 후한 인심은 아니련만

왠지 그러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