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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심어둔 가을.


BY somjingang 2002-10-07

딸아이의 학교가 비상이다.
열린학교로 지정받은 학교라서 내일 외부에서 손님이 많이
오신단다. 교육부 관계자 뿐만아니라, 타학교 선생님과
그리고 외국에서도 선생님이 오셔서 학교를 둘러 보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대청소 하랴, 환경정리하랴, 선생님과 아이들
그리고 학부모까지 덩달아 바삐 돌아치고 있는것이다.
나 초등학교 다닐적에 장학사라도 올라치면 마룻바닥을 광내고
유리창을 호호 불어 닦아서 파아란 가을하늘이
티한점없이 그대로 교실로 들어오곤 했던 기억이 있지만...
순전히 그건 우리들의 몫이었는데...
구구단을 외우며 양초를 칠해 닦아 반짝 반짝 윤나던 교실마루도
얄궂은 남자짝꿍 넘어오지 말라고 가운데 분명한 선을 그어놓았던
책상의 먼지도 그리고 칠판옆 게시판 꾸미는 일까지도
끙끙대며 했었는데....오늘 본 학교는
집안일을 연장한 주부들의 일터 같았다.

여기저기 선생님들이 분주히 오가는 틈으로 엄마들은
물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아 책상이며 이곳저곳에 쌓인 먼지를
닦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달려간 우리반도 예외가 아니었다.
환경정리...언제 해보고 안해본 일인데, 그걸 갑자기 해내려니
아무런 생각도 안났지만 어쩔것인가..
다분히 봉사직인 명예교사를 일년동안 해나가면서 이렇게
난감할 적은 드물었던것 같았다.
미술하고는 영 상관이없는 사람인 건 함께 환경정리를 해야할
엄마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한참동안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 했다.
가을나무를 테마로 하는게 어떻겠냐는 의견에 따라
얼른 문방구로 가서 갈색과 고동색, 그리고 주황색과 노랑
그리고 빨간 주름지를 사고 여타 문구용품을 사와서
나무둥치를 만들고 가을색을 담뿍안은 여러가지 가을잎을
오렸다. 타원형이거나 긴꽃잎모양이거나 동그랗거나
여러가지 잎새를 오려 놓으니 제법 꽃모양이 완성되었다.

거기다가 허전할것 같아서 노랗고 주황색이 든 감을
몇개 만들어 나뭇가지에 메달아 놓았다.

갈색과 고동색의 나뭇가지에 걸린 갖가지 단풍든 나뭇잎을
하늘을 향해 또는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모양으로 여기저기에
메달아도 보았다. 그리고 나무아래 떨어진 낙엽까지
꾸며놓고 보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솜씨랄것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한 흔적을 보며
우리 스스로도 대견해 했으니
갈잎에 스민 갖가지 단풍의 고운빛이 갑자기 교실을 환하게
밝혀 주는듯 했기 때문이었다.

양면테이프로도 불안해서 나뭇잎 하나하나에 그리고 나뭇가지마다에
핀을 꽂고 흐뭇해서 돌아서는데
선생님께서 한가지만 더 해주십사 했다.

교실옆 공간에 열린학습장에 있는 책상이며 걸상이 너무 지저분해서
청소를 했으면 하셨다.
어쩌겠는가... 수세미에 비눗물을 묻혀가며
한사람은 열심히 때를 닦고 한사람은 물걸레로 비눗기를 훔쳐서
깨끗이 만들고.... 꽤 오래 그렇게 열심히 청소를 했다.
집에서도 그렇게 깨끗하게는 청소를 안했던듯 싶었는데
내아이가 다니는 학교라서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다.

유치원아이들이 쓸법한 분홍과 노랑그리고 연두색의 책걸상이
깨끗이 세수를 해서 나란히 놓여진 건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난 후였다. 휴,
어깨죽지도 아팠도 물이든 양동이를 나르느라 팔도 많이 아팠지만
깨끗해진 책걸상을 보니 마음이 환해져 왔다.

내가 닦은 책걸상에 앉아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할 아이들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혹은 칠판 앞을 지나다가
가을잎을 잔뜩 매단 가을나무를 바라볼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그걸 보는 아이들 마음에 노란은행잎 같은, 빨간 단풍잎같은
예쁜 가을이 들어가 앉길 또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