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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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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와 처음 만난날~


BY 수련 2002-10-05

올리비아님의 재미있는 '선수가 선수를 만났을때'를
쭉 읽어보니 저도 입이 슬슬 간지러워진다.
울 영감과 처음 만났을때의 에피소드.....

후배인 신랑의 사촌여동생의 소개로
처음 신랑을 만나러 나가던날 도저히 혼자는
못나가서 친구를 한명 데려가야겠는데
나보다 이쁘면 안되니까 고르고 골라서
지독한 근시인 삼중안경을 낀 친구,
키도 작달막하고 허리가 어디있는지 표가 안나는 친구를
선택했다.

드디어 첫 만남이 있는날,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실 그때까지 실제로 레스트랑에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오른손에 나이프,왼손에 포크를 쥐며
스프를 먹을때는 앞에서 바깥쪽으로 떠먹어야하고,
밥을 먹을때도 포크 뒷쪽으로 눌러가며 먹어야 한다는건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다.

그 당시에는 분식집의 우동이 더 맛있었고,
가끔씩 친구들이랑 아구찜을 안주로 막걸리의
맛을 더 일품으로 여겼으니까.

그 남자를 앞에두고 내 친구와 나란히 앉아
고개도 바로 못들고 쭈뼛거리는데
뭘시키겠냐는 물음에 친구랑 미리 둘이
함박스테이크를 먹자고 짰기에
"함박~ 둘" 했더니
그 남자도 같은걸로 달라했다.

맨먼저 스프가 나와서 오른손으로 스푼을 들고
앞에서 바깥쪽으로 조심스럽게 소리내지않고
긴장을 하며 잘 떠먹었다.
다음에 메인음식인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친구도 나도
칼과 포크를 쥐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어렵쇼! 그남자는 시골처녀들 보란듯이 씩씩하게
고기를 한번에 조각을 다내어놓고
밥이 담긴 접시를 고기옆에다
와락 붓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왼손은 가만히 모셔두고
오른손으로 포크를 쥐고 고기도 푹
찍어먹고 밥도 포크안쪽으로 잘도 떠 먹었다.
격식같은건 아예 무시하는데도 어찌나 자연스럽던지..

속으로 저러는게 아닌데..
우아하게 왼손포크를
지긋이 누르고 오른손 칼로 조그맣게 잘라
입속으로 넣어서 소리나지 않게 오물오물 씹어먹어야하는데.....

그런데, 그때 예상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옆에 앉았던 친구가 갑자기 씩씩하게
앞에 앉은 남자처럼 똑같이 하는것이었다.
그러면서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게 아닌가....

지금도 나는 그때 당시에 어떻게 해서 먹었는지 생각이 잘안난다.
친구처럼 했는지 아니면 혼자서 내숭을 떨면서
먹었는지를....
눈치없는 친구는 그날내내 따라 다녔고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틀렸나하고 조바심을 냈었는데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그 남자의 전화공세에
단 둘이서의 만남을 계속하였고
결혼까지 골인하였다.

지금까지도 영감에게 왜 그때 그렇게 먹었냐고
물어보질 못했다.아마도 일부러 그랬을것같다.

결혼하자마자 나는 대전으로 떠났고
군인인 남편을 따라 서울로, 전방으로 다니느라
그 친구와 소식이 끊겨 지금까지도 연락이 안된다.

요즘도 가끔씩 그 친구가 보고싶어진다.
나처럼 아이들 다 대학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재미있게 살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