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따사롭게 내리비치는 오후...
현관앞 파라킨사스 나무 위로
뱀이 한마리 유유히 몸을 비틀며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는
괭이 가족들을 노리고 있다.
막내 아롱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조그마한 막내 괭이이다.
그놈을 노려보면서 시커먼 혀를 낼럼 낼럼~~~
아롱이를 향해 몸을 날리는 순간~~~
동생의 위급함을 알고
형인 다롱이가 뱀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이크~~~
큰일났구나 후다다~~~닥
빨래줄 밑으로 도망친 뱀
다롱이가 성큼 날아가 길목을 지키고 서있다.
ㅎㅎㅎ
옆지기와 나는 숨 죽이며
한판의 씨름을 구경하기 위해
커피까지 한잔 하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뱀이 또아리를 틀고 머리를 꼿꼿이 세워서
혀를 낼럼 낼럼~~~
적을 감지하고 있다.
우리집 꼬마영웅 다롱이
한발을 하늘높이 치켜 올린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뱀 눈동자를 향해 내리꽃는다.
그리고는 유유히 씨름선수가 적을 공약하듯
한바퀴 돌고는
또 한발을 들어 머리를 내리친다.
어~~쿠~~~
나 아니 뱀 살려~~~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동그란 모습으로 빌빌 긴다.
다롱이 두발로 뱀을 잡아 획 낚아챈다.
동그란 뱀이 뒤집어 지면서
허어연 뱃살을 하늘로 눕히고
숨죽이고 있다.
옆지기와 나도 같이 숨죽이며...
뱀이 죽었을까?
.......
엄미 괭이 초롱이
응원을 나왔는지 다롱이 곁을
이리저리 둘러 보고는
자리잡고 누워있다.
신이난 다롱이
"엄마~~~잉 나 잘했지"
"그래~~~ 그래~~ 누구 아들인데...
우리것이 아니 우리아들 최고야"
허벌나게 깨지고 지친 뱀...
목숨이라도 살려줍쇼.
바짝 엎드려 온몸으로 빌고 있다.
"그래 괭이는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흥미가 없지"
"나 죽은 목숨이야!!! 건드리지마!!!"
하며 길게 쭉 널어져 죽은척 하고 있다.
다롱이 한발들어 이리 찍어보고
저리찍어 보고는...
"재미없어라"
"엄마 원래 뱀이란 것이 힘이 없나봐"
"나 금메달 먹었어"
위세 등등하게 씨익 웃으며 달려온다.
옆지기와 나는 우리 괭이를 바라보며
참 그놈 대단하네.
이제 마당에 나오는 뱀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엄마품으로 뛰어온 다롱이~~~
세상에~~~ 꽈~~당!!!
엄마 젓꼭지를 찾아서 쭉쭉 소리가 날 정도로
젓을 먹고 있지 않는가.
당당한 위세는 어디를 가고.
다 큰 놈이 엄마젓을 먹고 있다니.
그 용기가 엄마젓에서 나온 것이구나.
역시 사람이나, 괭이나.
모두...
건강하고, 용감해 지려면
모유,
엄마젓이 최고구나~~~
ㅎㅎㅎ
지리산 솔뫼농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