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천 아짐 --
바람따라 걷다보니 발천까지 왔다
스물 둘 나이로 6.25때 남편 잃고
유복자 아들 둘을 빈몸으로 키워내고
이제 모두 서울에서 자리잡고 산다는데
논밭일 다 하시며 오롯 혼자 살아오신 일흔 다 된 발천 아짐
당뇨에 고혈압에 성한 삭신 없는데도
발천을 못 뜨신다
세상에 온다드만 정말 왔구만잉
내가 뭐라고 여그까지 온다냐
이리 와 이놈들 좀 봐라 새끼테 벗었지야
이놈이 제일 싸납쟁이라 따로 가뒀다
저놈들은 서로 물어 뜯드만 귀가 찢어져부럿다
이놈이 기중 잘컸제 봐라 제일 크제
자꾸 개 새끼들 자랑이시다
이리 와 봐라 뒤안 텃밭 가보자
이거 솟까 주께 국 끓여 먹그라 시금치다
얼지 해 먹으먼 맛있을거다 상추다
이거도 무치먼 먹을만 할거다 솔이다
나 요새 돈벌러 다닌다
무시 다발 묶어 주는디 일 잘 한다고 자꼬 오라그러냐
다치신 손 다시 아프시면요
한참 붓드만 인자 다 빠졌다야 조심해야제
거그서 얻어 온 무신디 이것도 가져가라
다 주시면 어떻해요
요것이 뭣이라고 됐다 됐다
인자 본께 빵도 있는디
일 허고 인자 와서 방이 차다야
이불 위로 앉그라 덮고 앉그라
왜 차를 불러요 그냥가도 되는데
느그 엄니 기다린께 그라제
무거워요 제가 들께요
아니여 아니여 괜찮허당께
여기가 어디라고
내가 뭐라고
차 올때꺼정 이리로 앉아봐라 바람이 차다야
이렇고 쪼그리고 앉으먼 바람 덜타니께 앉으랑께
이러시면 저 자주 못와요
뭐야
안 와야
안오먼 나도 안가제
추워요 들어가세요
갈께요
잘가그라
잘가그라잉
흙 먼지 속에서 흔드시는
붕대감긴 거친손이
가슴에 가득찬다
그리고 지금.....
막막하게 사시다 적막하게 가신
발천 아짐
아- 야~ 나 또 뭉기러 왔다!
니가 날 키워줘서 사람 되갖고 걸어다닌다야
지금도 춤추고 놀자허먼 사흘 밤낮은 뛰것다
관광가서 이것들이 급허다해도 못 세우게해야
근다고 내가 볼일 못 보것냐!
맥주병 콱 박고 일 봤어야!
당신의 걸지시던 입담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편안하신가요
아짐!
-- 어진방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