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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내기


BY nam0904 2002-09-24

할머님, 어머님, 형님과 함께 넷이서 네시간을 앉아 송편을 빚었다.

4명x4시간=16시간이라며 형님도 불평이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 동안 시아주버님과 나란히 누워

티비보고 잡담하고 잠자다가 책만보는 남편이 너무 밉다.

그래서 째려봤다. 발로 걷어차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는데 참았다.

'왜 그러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남편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

"계속 이런식이면 다음부턴 나 안와." 하고 으름장을 놨다.

부엌에선 어머님이 오전에 준비해둔 만두 재료를 내놓고 계신다.

'설도 아닌데 만두는 또 왜 빚으래냐?' 돼지고기를 다지며 속으로만 푸념했었다.

저녁 먹을거만 만들고 전을 부쳤다.

세가지의 전을 조금씩 부치고 나니 허리며, 등어리며, 목이며 뒷쪽이 뻐근하다.

어쩐일로 아주버님이 저녁 설겆이를 도와 주셨다.

어머님 눈초리가 곱지 않으시다.

일주일전 증조부님 제사 때 가까이 산다고 혼자 가서 동태전을 부칠때

잠깐 남편에게 도와 달랠때도 '고거 얼마나 된다고 남편 시키고 그러냐?'고 못마당해 하셨는데,

지금 속으론 얼마나 끓이고 계실까?

그 생각에 못된 며느리 마음은 즐거움에 웃음을 삼킨다.

추석날 점심, 점심 설겆이는 남편도 거들었다.

이젠 어머님이 밖으로 나가신다.

두 아들이 나란히 서서 설겆이를 하니 차라리 안보는게 속편하실거다.

'이럴때 한번씩 거들어 주고 하는거지 뭐'하고 다른이도 아닌 아들이

다박에 잘라 말하니 뭐라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왜 모르시겠는가?

더 말해봐야 고루한 구세대 시어머니라고 인정하는것 밖에 얻는 이득이 없으니 말이다.

두 남자가 설겆이 하는 동안 걸레질을 하고는 있지만

스트레스도, 몸이 힘든것도 조금 덜어지는 것만 같다.

형님 없이 혼자 치뤄야 할 마지막 제사가 하나 남아있긴 하지만

올 한해도 큰일 다 치룬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