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장례식 주문에 답례품을 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7

자 식


BY dlsdus60 2001-06-14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옛말을 우리는 흔히 듣고 쓰며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요즘은 자식을 많이 낳고 살지도 않아 이런 격언은 듣고 쓰는 것도 우리의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가지가 적은 나무에 비해 가지가 많은 나무에는 바람이 쉽게 스쳐가지
못해 나뭇가지와 잎들의 흔들림이 많은 현상을 자식들이 많은 가정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비유 같기도 하다.
나도 가지가 많아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무에서 마지막 가지로 40여년 전에 태양을
향해 싹을 틔웠다.
따라서 척박한 토양에서 뿌리를 내린 줄기에 먼저 자라난 가지들이 양분을 섭취하다
보니 나중에 자라난 가지는 늘 타는 목마름으로 척박한 흙에서 뿌리내린 줄기를
덧없이 원망하기도 했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그 원망과 한탄은 이유 없는 반항심으로 발전했고 하루빨리 나이테가 늘어 줄기에서
떨어져 나가 자유로운 생을 살아가기를 갈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약하고 배짱 없는 나는 줄기와 큰 가지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어진 환경에 길들어져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돌이켜 보면 타인의 삶에 대한 정보도,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계획과 포부도 없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았던 것이다.

나는 요즘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나의 청소년 시절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딸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나를 강하게 부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한다.

"아빠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래요!"
"아빠는 우리들의 생각과 너무 달라요!"
"싫어! 엄마가 책임질 꺼야!"

2년후 예총이가 중학생이 되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우리 부부를 향해 지금의 딸아이와
별반 다를 게 없이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자식들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격언을 또다시
실감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이나 하교해서 집에 돌아 온 아이들과의 지루한 다툼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될 때마다 나의 청소년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의 자식들에 비해 왜 그렇게 못났었을까?
부모님의 뜻에 따라 행동했고 형들의 부름에 따라 움직였던 꼭두각시나 다름이 없었던
기억들뿐이다.
그리고 조모님, 부모님, 육남매의 자식들이 움직이는 집안은 항상 이름 모를 긴장감은
안개처럼 쌓여 있었고 바람은 하루도 쉬지 않고 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지가 적은 나무들뿐이지만 조석으로 부는 바람은 전에 불던 바람과
형태만 다를 뿐 그 바람은 잠을 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