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 전화란 것이 보급되고서도 한참 후의 일이었을테지.
어느날 집에 전화가 들어오고 처음 전화를 받는 일은 두려운 일이었다.
두려운 일이 차츰 익숙함으로 바뀌면서는 전화가 오면 서로 먼저 받으려고 전화통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그리고 그 익숙함이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는 나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세월은 흘렀고 이제 전화가 없는 집이 이상하게 생각되어질 정도가 되고부터는 이따금씩 잘못 걸려오는 전화가 있고는 했다.
익숙한 일에는 내성이 생기게 마련인데 어찌 된 것이 이것만은 그렇지가 않아서 잘못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에 따라서 그날의 기분은 많이 좌지우지되곤 했다.
어느 때는 그 전화 한통이 하루 종일 내내 머릿속에서 불쾌함으로 남아서 하루의 운세까지도 망치게 할 때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쾌감은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아마도 그때 깨우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인터넷을 하고 부터는 컴에서 만나 이루어지게 되는 대화 내용으로 인해 종일 우울할 때가 있는가하면 상당히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컴이란 것이 감정을 그대로 다 전달할 수 없는 활자들의 공간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으나 대화상대에 따라서 기분이 상하는 일에는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차라리 얼굴이나 맞대고 있다면 더 피 터지게 논쟁을 하던지 화해를 하던지 하겠지만 자신의 말만 쏟아지는 분수대의 물처럼 뱉아 놓고 사라져 버리면 그 때의 황당함과 뒤 따라오는 절망감이란...
잘 아는 사이에서의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풀리게 되나 섣불리 알게 된 사이에서의 작은 오해는 고갯길에서 가속도가 붙은 무서운 속도의 제어할 수 없는 현기증마냥 그대로 상처로 가슴에 남게 된다.
그것은 이성일 때보다 동성일 때가 더 심한 상흔으로 남겨지는데 아마도 예민한 여자이기 때문일까.
벌써 한해가 지난 일인데도 가끔씩 그 일을 떠올리면 짜증이 일곤 한다.
그러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글로 포장해 놓은 흔적을 보게 될 때 그 위장술에 감히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둘러 쳐져 있는 커튼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젠가 드리워져 있는 커튼이 걷히면서 실체를 알게 되고 난 뒤의 실망감은 또 무엇으로 메꾸어야 할지...
누구나 조금씩 자신을 조금더 멋지고 세련되게 비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으나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부분까지여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인간관계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분명한 재산이긴 하지만 가식으로 둘러 쌓인 관계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