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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BY somjingang 2002-09-23

추석날밤, 달맞이를 하고온 아이가 쓴시다.

\'추석은 맑게 빛난다.
집에있는 방이 훌쩍 빛난다.
추석밤에는 산에 올라가서
소원을 빈다,달을 보면서.\'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하는 유치원 꼬마인
아들녀석이 쓴 시를 들여다 보며 마치 추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보았다.
제나름대로 해석을 한 다음에야 그 시의 심오한(?)뜻을
알고 나니 그 녀석의 재치가 추석달처럼 빛나 보였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아이는 유치원에서 숙제를 하나 가지고 왔다.
달이 변화하는 모양을 그리는 숙제였다.
사흘간격으로 달의 모습을 그려넣는 일을 하느라
밤마다 달을 찾으러 아일 데리고 저녁산책을 하게 되었다.
치우고 씻기고 책읽혀 재우려보면 저녁시간이 늘 빠듯했는데
달맞이를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을 내야해서 난
배로 서둘러야 했지만...
서울하늘에서 달을, 그것도 추석을 향해 커다랗게 살찌우는 달을
보기가 어디 쉬웠던가.. 나도 덤으로 달구경 실컷할수 있겠거니
싶어 내심 내가 마음이 더 동했던것 같다.

다행히 달이 커가는 며칠동안 밤하늘은 맑게 개어서
노랗고 복스런 달을 감상하기 더없이 좋았었다.
어떤날엔 자전거를 끌고 가서 잠깐, 어떤 날은 엄마손잡고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바라다본 달의 모습을 보며 아인
어떤 생각을 키워가고 있었을까.. 난 달과 아이의 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아이가 점점 보름달을 향해 커가는 달처럼
그런 복스런 희망하나 품을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추석전날밤,, 드디어 노란 보름달이 동그랗게 떠올랐다.
그날은 우리집 창밖으로도 달이 들여다 보였지만
그냥 그대로 한가위 보름달을 떠나 보낼수는 없는일..
저녁을 먹고 우리가족 모두 산에 오르기로 했다.

조금 늦은 저녁이라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까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달맞이 하러 나온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었고,
우린 늘 걸었던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올랐다.

산중턱 즈음에 왔을무렵... 마침 하늘한가운데 떠있는 달을
볼수 있는 넓직한 장소를 만날수 있었다.

달의 고운 빛으로 보는 수풀이 참으로 아름다웠었다.

소원을 빌어보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두손을 모았다.

미간을 찡그려가며 제법 심각하게 기도하던 아이의 소원이 이랬다.
\'우리 엄마 아빠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ㅋㅋ,
그 모습이 이쁘기도 하고 내가 그동안 말안들을 때마다
\'너 그러면 엄마 일찍 죽는다..\'라고 무심결에 뱉은 말에 겁을 먹었던 게로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달빛 곱게 쏟아지던 산중턱에서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아이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달빛을 받고 미풍에 하늘거리는 싸리나무에 얼마 안남은 싸리꽃이
덩달아 일렁이고 있었고,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달빛을 향해 함초롬히 피어있던 달맞이 꽃도 만났다.

너도 달맞이 하러 나왔구나... 달빛을 닮아 노랗고 동그란
한밤의 달맞이꽃이 한동안 우리의 발길을 머물게 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했던말의 의미를
달빛과 달맞이꽃과 달을 향해 기도하던 아이의 모습으로 알게된 밤이기도 했다.
달빛 쏟아지던 산길을 따라 내려오며
아이들은 \'산모퉁이\'란 노래를 불렀다.

달빛 아래 고요한 산이 아이들의 노래소리를 조용히
메아리쳐 주던 아름다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