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왔다.
바스락거리는 것은 분명 거실 소파에 겉옷과 핸드백을 벗어 내려놓고 있는 소리였다.
남자는 여자가 귀가한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자신이 텔레비전을 끄고 안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던 시간을 기억해 낸다.
아마 자정이 조금 못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선잠이 들었으니까 자정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여자는 분명 오늘도 동네 친구들과 술한잔하며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다
서둘러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여자가 샤워를 하는지 잘게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마른 새벽을 적시고 있다.
샤워를 마친 여자는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와 남자가 잠들어 있는 침대 안쪽에서 잠을
청할 것이다.
남자는 밤늦게 다니는 여자가 괘씸하기보다는 문이 열리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샤워하는 소리가 예민한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더 짜증스럽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쉽게 들지 않아 30여분 동안 몸을 뒤척이다 잠이 겨우 들려는
찰라에 여자의 늦은 귀가 때문에 오던 잠이 달아나 버렸다.
남자는 마음속으로 여자를 노려보다 여자를 등지고 누워 달아난 잠을 헌팅하려고 다시
눈을 감았다.
바스락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남자는 자세를 낮추고 아침이 무서워 떨고 있는
잠에게 호흡을 멈추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순간, '드르릉~ 크르륵~' 정적을 깨는 소리에 놀란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남자는 눈썹 가까이 있던 잠을 놓치고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심정으로 소리의
진원지인 여자를 노려보았다.
여자는 침대에 누운 지 몇 분도 지나지 않는 시간인데도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아! 하늘도 무심하시지. 다 잡은 잠을 여자의 코고는 소리 때문에 놓쳐 버리다니!"
남자의 이마와 목덜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남자가 잠이 들던 말던 상관없이 불규칙한 리듬의 코를 골며 자는 여자가 참 행복해
보인다.
고르지 못한 숨소리에 섞여 불규칙하게 내 뿜는 코고는 소리를 진정시켜 보려고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하지만 잠시 동안의 침묵은 오래 머물지 않고 또다시 반복되는 여자의 코고는 소리에
남자는 적응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남자는 하는 수 없이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몸을 눕히고 창밖으로 달아난
잠을 목매어 불렀다.
여자의 코고는 소리는 남자를 따라 나오려다 아침이 올때까지 문틈에 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