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잔 하자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그리 많이 마시지야 않겠지...했었다.
비록 집에 들어오지 않고 마시다 늦어져서 가게에서 잔다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 아침 일찍 가게에 나갔는데 문이 밖에서 잠겨 있다.
외박을 하기는 하나(^^) 모두 가게에서 자는 일이지 아예 자고 오지는 않는 사람인데 무슨 일일까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상에...남편이 자고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인거지???
가게 문은 안에서 잠그면 밖에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남편이 가게에서 자는 날이면 문이 부서져라 두드려야 하는데 밖의 문이 잠겨 있고 안에 남편이 자고 있다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란 말인가.
술을 많이 마신 남편을 남편 친구가 가게에 들여 놓고 문을 잠그고 갔을리도 없고 말이다.
그러나... 난 자는 남편을 깨우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학원에 보내 놓고서 집안일을 대충해 놓고 가게에 나갔다.
그때까지도 남편은 정신없이 자고 있다.
당연히 아침을 먹으라 해도 먹을 수가 없겠지.. 입맛이 없을테니...
느즈막히 일어난 남편 내게 하는 첫마디.
"핸드폰 잃어버렸는데 내 전화기에 전화좀 해봐"이다.
"몰라..자기가 해봐" 그렇게 대꾸를 하고 말았다.
한참을 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가게 뒷문을 누가 다 망가뜨렸다고 한다.
가보니 쇠문을 힘도 세지 다 구부려 뜨려 놓았다.
서서히 머리속에서 윤곽이 잡혀온다.
술이 떡이 된 남편...친구와 헤어져서 전화기며 열쇠며 몽땅 잃어버렸을테이고 잠자러 오긴 가게까지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으니 뒷문을 부수고 들어간 모양이다.
그 담벼락을 술 취한 정신으로 어찌 넘었을까나...신통하기도 하지 ㅎㅎ
차라리 그 정신으로 계단을 기어 올라 오더라도 집으로 올 것이지...
세상에...그 문 때려 부수느라 들렸을 그 소음으로 동네사람들은 어찌 신고도 안하고 잤을까나.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 자초지종을 자기가 기억나는한 내게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용서(?)할 것이리란 것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결코 내가 좋은 마누라가 아닌 것이다.
내가 한번 두번 봐주는 것이 남편을 더욱 더 정신 못차리고 술 마시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오늘날 이렇게 남편을 고발(?)하는 일기를 써야 하는 것인지도.....
남편은 내게 또 말했다.
"나 신발도 잃어 버렸어,맨발로 왔어"
아니 도대체 여자한테 끌려서 여관에 갔다가 도망쳐 나온 것도 아닌데 왜 신발을 잃어버리느냐 말이다.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남편이 한마디 덧붙인다.
"이제 술 안 마셔야지..."
참나..그 말이 언제 뒤집어질지 구경하고픈 마음도 없다.
하여튼 하수민씨 장가 한번 잘왔다...다른 여자 같아봐라..이걸 가만히 두겠나..ㅎㅎㅎ
내 남편이 술 마시고 저지른 만행(?)중에 가장 심했던 것은 그 당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술을 왕창 마시고 친구에 의해 끌려오다시피 온 우리 남편 방에서 팬티만 입고 자다가 덥기는 덥고 몸은 괴롭고...결국은 뜰에 나가서 자고 만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모든 아줌마들에게 멋진 몸매를 유감없이 자랑하였음은 두말함 잔소리겠지..ㅎㅎ
밧데리가 많이 있었을텐데 전화기가 왜 꺼져 있을까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남편이 자기전화기에 다시 전화좀 해보라 한다.
정지시킨 전화기에 뭔 전화를 하느냐며 걸어보니 역시 사용자의 요청에 의해서 어쩌고 저쩌고 한다^^
전화기정지 신청을 하니 전화기를 대여해 준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뭐라 했냐고 물으니 필요없다고 했다나.
오랫동안 오래된 전화기 들고 다니는게 이뻐서 최신형 전화기 비싼거 할부로 사서 그 할부금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그 전화기를 잃어버리다니.....나쁜 남자! ㅎㅎ
그러고서 대여해 주는거 싫다는건 또 뭔가..
뭔 꿍꿍이 속셈일까??? ㅎㅎㅎ
내 남편은 술 마시는 내내 참 행복했을 것이다.
그걸로 만족하련다..이런 날도 있는거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