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별 하나쯤은 (여행5)>
.별이 슬어지는 것을 보며 그제야 잠이 들었다.
춥게 떨고 있는 별을 외로운 밤하늘에 버려 두고 혼자 잠들 수 가 없었다.
이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가을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단출한 여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훌쩍 짐을 챙겨 도시를 벗어났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앓고 지나가는 고질병
이렇게 라도 여행을 다녀와야만 시름시름하게라도 이 가을을 무사히 넘길 수 가 있다
.
아직 산야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녹아 내린 녹색의 들판에는
내 그리움을 묻어 둘만큼 깊지가 않다. 너무 일찍 찾아든 가을 앓이 때문에 올해는 좀더 긴 시간을 고생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젊어서 의 가을은, 좀더 성숙되어져 있을 뭔가의 의미를 찾느라 고독함 대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었는데 나이 들수록 넘쳐버린 과숙이 쳐지듯, 자꾸 처지고 허전해 간다
아마, 성숙하지 못한 쭉정이만 달려서 느끼는 건지도 모르지...
천천히 지난 삶을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리 알맹이 없이 살아온 것도 아닌데, 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회한은 어찌된 말인가.?
누군들 매양 신나는 인생을 살기만 했을 것은 아닐 진데. 또는 괴롭거나 슬픈 삶만 살아온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聖人이 아닌 이상 대체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나를 위로해 본다. 난 새로운 것 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서 선 듯,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늘 다니던 곳을 자주 가게 된다.
신라 김유신 장군의 말이라도 된 듯이 자동차는 김제 금산사로 향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던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 마음이 그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작년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지만 그 계곡, 나무, 돌, 들풀, 그 고즈넉함이 옛 사랑을 반기듯이 짙푸른 미소로 반겨 준다. 난 작은 풀잎에 엎드려 입을 맞춘다.
숲의 향기도 킁킁거리며 맞이한다. 앙증맞은 다람쥐도 꼬리를 바싹 치켜세우고 앉아서 ,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새초롬히 미소를 흘린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바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었다.
발끝에 걸리는 돌 뿌리도 내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반가워요"하고 모두 인사하는 것 같았다. 경내까지 가기는 한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 내 걸음실력으로는 좀 힘겨웠다.
이끼 낀 돌계단이 나 있는 길로 내려가니 물에 발을 담글 장소가 있었다.
전에 왔을 때 새벽녘에 나와서 발을 담그고 생각에 잠겼었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때 물은 흘러갔지만 또 다른 물이 그 물이다.내가 앉았던 그 바위가 그대로 있어 날 반긴다. 몇 번 다니다 보니 모두가 옛 친구를 만나듯이 정겹고 낮설지 않다.
수초를 헤치고 조그만 송사리가 놀라서 달아난다.
"아마 저 녀석은 올해 태어난 녀석인가 봐요, 아줌마를 몰라보는 것이.."하며 수초가 잎을 흔들며 웃는다. 작은 바위틈을 빠져 나오며
"저 겁쟁이 녀석 내가 달려가서 잡아올게요~!!." 찰찰찰 "반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거든다.
난 저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얼마를 있었을까,,,
"저~~거기에 들어가 계시면 고기들이 놀라 도망치는데,,,,하고 등뒤에서 난처한 듯이 보고
계신 노스님. 난 얼른 일어나 눈웃음으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물가에서 나왔다.
난 이왕에 벗은 구두를 양손에 들고 맨발로 걸었다. 투박한 자갈돌들이 발바닥에 닿는 촉감이 짜릿하게 자극한다. 뒤따라오시던 스님이 말을 건내오신다.
"거 편해 보이십니다, 그려, 허허!"네. 구두 속에서 해방되었다고 발이 좋아하네요."
"부처님모시는 불자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 오셨오?"
"아니 불자인지를 보기만 하셔두 아시나요?"
"암요, 한눈에 보이지요."손님은 자연을 사랑하는 가난한 맘을 지녔구려."
"그리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오히려 자연이 저를 사랑하지요..."
"허허허~거 좋은 생각이오, 모든 건 부처님의 자비지요."음성이 물소리같이 맑고 가볍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가벼움을 느낀다.
저 스님의 빈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이 맑은 공기와, 물소리 나무향기 풀잎의 노래 누구의 것 도 아닌 오로지 자연의 것으로 조금 얻어 쓸 뿐인 것 같았다.
.사찰의 마당중앙에 여전하게 서있는 고목의 감나무에는 아직은 푸른 감이 주렁주렁 가지가
힘겨운 듯, 서 있다. 법당의 댓돌에 올라 마음을 모아 기원을 드렸다.
비록 내가 섬기는 하나님은 아니지만 신과 신끼리 뭔가 통하지 안으실 까,,,하는 기대감일 것이다. 비가 부슬거린다. 사찰의 고즈넉함이 비로 인해 더욱 잦아들어 온 몸을 휩싸 안는다. 가늘게 떨고있는 풍경 끝에서 물방울이 무게를 못이기는 듯이 힘겹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방울 떨어지는 자리는 어제나 그랬다는 듯이 움푹 패인자리를 내어준다.
동그랗게 흙이 밀린 자리는 겹겹이 작은 파문을 이루고 있다. 오래 전 일까지 기억하고
그리워하라고 말하듯이, , ,
<흔들리며 사랑하며>
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이고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누구나 보균하고 있는 사랑이란 병은 밤에 더욱 심하다.
마땅한 치유법이 없는 그 병의 증세는 지독한 그리움이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사랑,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그대가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랴
늘 혼자서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쓸쓸했다
. 늘 흔들리며 가야하는 길이었기에 눈물겨웠다
***이정하님의詩***
아무 것도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지 말자' 그리워 할 곳을 지날 때는 고개를 돌려놓고 지나가자'고 그저 바람 따라 흘려보내며 가볍게 스치고 무심결로 보내자 했는데. . . .
이 작은 물방울자국이 날 원점으로 돌려놓고 야 만다.
.그리움이란 누구나 안고 사는[흔적] 일 것이다 어렸을 적에 맞아 생긴 큼직한 우두자국
마냥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흔적. 다시는 그 병을 알지 말라고 생긴 흔적
그 흔적을 별처럼 가슴에 박아놓는다. 그리고 밤마다 창문 열고 바라보며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마다 한 개쯤은 그런 별 같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잊지 못할 그리움이라면 그 흔적으로 말미암아 평생을 앓는 꼴이 아닌가,,,
.내 가슴속에 자리한 그리움이야말로 평생 함께 해야 할 보균자인가 보다. , ,
그의 육신은 이 땅에서 떠난 지 오래인데 아직도 내 가슴속에 보균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떠나지 못하는 영혼일 것이다. 내가 달래가며 살아가야 할 암 병처럼, , ,
"이곳에 오셨으니 땡중이 먹는 절 밥 한번 자시겠오?"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 끄집어내신 분은 아까 그 노스님이셨다.
"예, 그렇지 않아도 부처님께서 배고픈 중생에게 밥 한끼 언제주시나, 하고 기다렸어요.호호.
기억의 저편에서 빠져 나온 나는 엉겹결에 나도 모르게 너스레를 떨어댔다.
.담백한 나물 찬에 보리 썩은 밥 한 그릇 비우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몇 일 거드는
보살 님들이 알아보시며 또 찾아온 것을 반가워 하셨다.
노스님께서는 떠날 때가 가까워 올수록 행장을 가볍게 해야 미련없이 여행길을 마칠 수 있음을 낭낭한 목소리로 말씀해 주셨다.
.무거운 행장을 거기 내려놓기라도 한 듯 돌아오는 길이 한결 가벼웠다.
창문에 비쳐드는 석양빛이 작별을 고하며 밝게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