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 키만한 양난화분이 와서 웃고 있다.
"누가 왔을까?"
두리번하고 업무를 보는데,키가 훌쩍 큰
날씬한 엄마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정이 엄마예요."
"아,네 앉으세요."
진즉 찾아 뵐려고 했지만,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 때문에 늘 걱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정이 엄마를 보니 나정이 여름방할 숙제가 생각난다.
엄마는 맨날 잠만 잔다. 나는 너무너무 심심해서 죽겠다.
사실을 말하는 엄마의 얼굴은 겨울날 삭정가지처럼
앙상하고 메말라 보이는 30대 젊은 엄마의 얼굴이 아니다.
가슴아픈 젊은 엄마의 삶이 너무 버겁다.
현재 나이는 32세 친정 엄마와 5학년 딸아이와 1학년
우리 반 나정이와 산다.5년전에 이혼을 했다.9살 위인
바람둥이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러니까 날씬하고 분위기있게 생긴 어린 처녀를 그냥
데리고 산 모양이다.20세도 되기전에 아기를 낳았으니.
아기를 낳은 어린 부인을 두고 또 바람을 피운 것이다.
네살 한살 두아이를 어린 시누이에게 맡기고 남대문에서
장사를 했다.엄마를 찾고 우는 아기들을 개패듯 때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친정어머니와 산다.
아이들은 엄마 얼굴을 보지 못한다. 엄마 없는 아이와 같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엄마는 남대문으로 장사를 가고
아이들이 학교를 끝내고 집에 오면 엄마는 잠을 잔다고
시끄럽게 하지마라는 가슴 답답한 소리만 듣고.
깨져버린 가정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학교에서 푼다.5학년 아이의 담임이 하는 말은 아이가
공부시간이면 벌떡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간다고 사라져버린다.
선생에게 대들고 싸운다.
나정이는 고함을 치고 욕을 하고 싸운다.
한글을 몰라 대단히 걱정이다. 아무런 이해를 못한다.
기억창고가 캄캄한 밤중처럼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오늘은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로 했다.
<왜 공부가 안될까?> 라는 주제로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우선 기억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1학년이 알아들을 수있게
재미있게 그림을 그려가면서 했다.
우리 뇌 속에는 기억창고라는 해마같은 모양의 칩이 있다.
그 속에 어렸을 때, 좋은 아름다운 기억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고 기억창고가 맑은 하늘같아서 하얀 도화지같은
풍선같아서 기억창고가 맑으면 공부가 잘 되고, 무섭고,
괴롭고,힘들고, 아픈 기억이 가득 차 있으면,기억창고가 굳어서
공부가 들어가지않고 잡념이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꼬마들이 대여섯이서 우루루 몰려와 자기 말을 한다.
재형이는 하는 말이 아 알았다.내가 공부가 안되는 것은
엄마와 할머니가 고함 치면서 싸우고, 누나를 엄청 때리니까
자기가 무서워서 공부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상하다.그 엄마는 늘 웃는 얼굴로 정답게 보이는데,
오늘 새로운 것을 알았다.사람 속이라는 것은 정말 알수 없다고.
재형이는 공부는 이미 산넘어 가고 망상에 젖어있는 아이.
아무것도 안한다.가방만 메고 왔다갔다.
우리 반 깡패인 지영이는 자기는 할머니가 키우면서
때리고 고함을 쳤다.그 아이는 애늙은이다.
무엇이고 체념하듯 말한다.
특히 즐거운 춤추는 시간을 가장 싫어한다.
따지는 것은 변호사다.끝까지 물고 들어지는 변호사.
부부싸움이 잦은 아이의 무섭다는 이야기,할머니가 키우면서
지저분하고 옳고 그름을 배우지 못한 이야기,교통사고 당한 이야기,
가정교육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속에서 감지를 한다.
당연지사다.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했다.
밥상머리 예절이라던가.걸음걸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의
행동,잘못을 인정하지않고 남을 끌어 들이는 물귀신작전,거짓말,
시간생활,책임감,성실한 태도 어느 한가지 잘 된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팬티바람으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tv를 보는 아버지.
부부끼리 할말 못할 말을 해서 학교에서 집안 망신 시키는 아이.
시도때도없이 전화를 몇 시간씩 하면서 남의 흉을 보는 어머니.
지금 아이들은 거의가 애늙은이다.어른같은 소리만 한다.
말투가 거의 따지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다.
무섭다.
아이답지못한 것이...
동시처럼 맑은 아이들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동시를 많이 외우게한다.
효과가 있다.아이들은 자체가 순수의 덩어리이니까.
아이들에게 맑은 기억창고를 갖도록 어른들이 모범을 보였으면
얼마나 희망이 보이는 어린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