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설픈 터프가이 ◇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이 오거리라고 부른다 )
오거리의 터프가이 !
오거리의 무법자 !
오거리의 개구쟁이 !
친구들 이름보다는 별명을 부르길 좋아하고
우리집앞이 모두 우리집이라고 뻑뻑 우겨서
지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지나가는 중고등학생들을 한대라고 때려보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고 가만히 놀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들
앞에 다가가서 고함을 꽥~~~~~~질러서 울리고 와야
직성이 풀리고 ....
누군가 과자라도 들고 가나가면 끝까지 따라가서
한개라도 얻어 먹고 오고 ....
시아버님의 나온배를 쳐다보면서 하는말
" 할아버지 아기 언제나 "
웃으면서 애교스럽게 물어보고
얼굴은 못생겼어도 밝은 성격때문인지
남자친구보다는 여자친구들이 더 많이 놀러온다.
언젠가 한번 500원을 달라고 조르는걸
습관처럼 되어버릴까봐 주지 않고 나도 고집을 피우고
주지 않았더니 방바닥에 있는 마른 명태를 들고 나가더니
가게 문앞에 서서 개다리춤 에 오징어 춤까지 추면서
하는 말
" 사람들 멸치 (마른명태를 멸치라고 부름) 사세요 ~~멸치
하나에 2000원 3000원 ~~~~~~~~~~~~~
(아무도 쳐다보지 않자 ) 500원도 팝니다 "
이때 지나가는 오토바이 청년을 보더니
바로 앞에가서 또 하는말
" 멸치 사세요 멸치 500원입니다 "
하면서 마른 명태를 휘두르는 것이다
지켜보던 난 기가 막히고 웃음이 터져 나와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오거리의 터프가이가 한가지 어울리지 않게
무서워 하는게 하나 있다.
우리집 강아지다
털이 길고 하얀색의 작은 애완견이다
유독히 개만 있으면 벌벌벌 떨면서 집으로 도망온다
아침에도 아빠와 형아는 개를 만지고 인형던지면
물어오게 훈련을 시키는데도 방안에서 유리창밖으로
개만 바라보고 웃고만 있을뿐
" 아롱아"하고 이름만 부를뿐
안물으니까 나가서 개 만져봐 라고 말하면
안돼 무서워요 하고는 주저 주저 망설이기만 하고
어울리지 않는 터프가이 내아들이다.
풀어놓은 개때문에 아침에도 학교가기가 무서워서
개가 없는 사이를 이용해서 얼른 100m 달리기를 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난 웃음을 터뜨린다.
=== 영균아! 넌 어설픈 터프가이야 ~~~ ===
2000년 7월 6일 목요일
지리산 베오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