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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이유 없이 미치고..


BY 박 라일락 2002-09-08


가을만 되면 이유 없이 미치고..


 내 집.
 
 뒷마당 한켠엔.. 
 
 뒷집 할매가 주인인 

 대추나무 큰 가지가 자기 힘에 겨워서..
 
 내 작은 화단 위를 점령하고 있지.
 
 한마디로..
 
 뿌리는 할매집에 소속하고 

 여러 가지 중에 큰 가지가 하나가 
 
 내 집 담을 넘어 제 자리인양 차지를 했으니.
 
 비록 아주 작은 내 화단이지만.
 
 고추도 30포기 심어져 있고.
 
 (올해 모종은 내가 치료 땜에 서울 있을 때 주방에서 심었음)
 
 그 주위로 

 사로비아. 채송화. 미니 맨드라미. 정구지 등등...
 
 함께 자리하는데..
 
 여름 내내 그 대추나무 가지가 내 화단위를 

 그늘을 만들어서 얄밉기도 하지만..
 
 해마다 ??그냥 두는 것은..
 
 잘 익은 햇대추를 따서 한가위 차례 상에도 올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추석지내고 
 
 얼마 안 있어 만나야 하는..

 울 화상 기제 상에 올리기 위함이었지.


 
 
 이사 오는 첫 해 가을에.
 
 대추나무 주인인 뒷집 할매께서..
 
 '새댁아. 너거집에 넘어간 대추나무 가지는 너거것이야.
 
 그러니깐 가지를 처든지..

 그냥 두고 따먹던지 맘대로 해라'
 
 언약도 계약인데 

 그 가지에 달린 대추는 당근 내 것이고...

 
 
 그런데...
 
 올해엔 불청객 루사로 인하여 

 대추농사는 깡그리 망쳐버렸고..
 
 그래도 그 바람에 

 헤아릴 만큼 아주 적은 숫자가 존재하거늘...

 
 
 자연의 섭리인가?
 
 아님...
 
 세월의 약속을 어기지 못함인가..
 
 몇 개가 벌써 빨갛게 익어가고 있으니..
 
 좀 전에 뒤 마당에서 빨래를 널다가 

 한 개를 따서 함 먹어 봤더니...
 
 음! 

 맛이 달콤하고 그런대로 괜찮더라고...

 
 
 아~~~
 
 가을은 가을인가 봐..
 
 들에는 나락이(벼)익어가면서 고개를 숙이고..
 
 내 작은 화단에 

 심어져 달린 고추가 빨갛게 물들고..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고..
 
 쪽빛바다는 

 사랑을 한없이 갈망하듯 몸부림 처고..


 
 안방 창문을 열어젖히니..
 
 마주 보이는 앞산의 솔나무에서 

 가을 향기가 그윽하니..

 
 
 가을만 되면 이유 없이 미치고
 
 일상에서 이탈한 보헤미안이 되어
 
 먼 곳으로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주 친한 칭구와 함께...
 
 이 가을에..


가을만 되면 이유 없이 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