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 큰애를 잠시 학원에 맡겨놓고 병원엘
다녀 오던 중에 살아서 바스락거리는 꽃게장수가 눈에 띄었다
평소 앓아 누워 죽도 삼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꽃게라면 일어나
앉는 신랑 생각이 나서 딴데 아끼지... 하며 넉넉히 저울에 올려
사가지고 돌아왔다
늘상 친정엄마가 해 주시는 것만 얻어 먹다가 일일이 남에 손에
맡기는 것두 ?지가 않아 손질하기 시작한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젤먼저 집게발부터 떼어내고 뻣뻣한 칫솔꺼내 구석구석 문질러
닦아내고 등딱지를 떼내는 작업을 얼마를 하다보니 곯아서 살이
줄줄 흘러 문드러진것이 대여섯 마리 나왔다
엄마가 정신없이 주방에 매달린 동안 아이둘은 거실 한구석에서
나란히 작은 이불위에 잠이 들었다
새삼스레 잠든 아이들 일으켜 챙겨서 나오는 것이 번거롭게
여겨져 서둘러 다녀올 요량으로 상한 게뭉치를 들고 집을 나왔다
뛰다시피 시장엘 가서 담아온 꽃게들을 펼쳐 보이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난데...당신 어디 간거야? 지혜가 울면서 전화했자너....
엄마 집 나갔다구.... 애들만 두구 밖엘 나가면 어떻게 해~?
좋고 나쁨을 흥정할 새도 없이 주인이 집어 주는 대로 나꿔채듯
교환한 꽃게를 들고 다시 달음박질을 했다
저만치서 아파트 정문이 보일 무렵 작은 그림자 두개가 보인다
딸아이가 힘겹게 동생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정문으로 나오는 중
이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단지내 아이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은
불고 유모차는 제 뜻대로 움직여 지지 않으니 아이는 거진 울상이
되어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차에 엄마가 제 이름을 부르며 나타나자 아이는 긴장이
풀렸는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흐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들고오던 깜장 봉다리도 바닥에 던져놓고 서둘러 아이부터 끌어
안았다
- 자다가 쉬마려서 일어났는데 집이 너무 조용해서 엄마가 방에서
자나... 했더니 방에두 없구.... 빨래두 걷는거 안하구....
아빠한테 전화하구 아빠가 엄마 금방 들어오니까 기다리라구
했는데...금방이 다섯번 지났는데두 엄마 안와서...난 엄마가
집을 나갔나 생각했어.... 엄마 찾을려구 하는데 지원이가 아직두
엄마 나간거 모르구 자는거야... 내가 엄마 찾아서 나가면 지원이
눈떠서 나처럼 무서울꺼 같아서 유모차랑 데리구 나온거야....
나왔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또 콧물 찔찔 나올까봐 옷이 없길
래 내꺼 노랑거 비옷 입혔어.....
사이사이 눈물 콧물 뒤범벅된 얼굴로 잠깐 10여분 동안의 상황을
한시간 분량은 되도록 설명을 한다
말을 듣고 자세히 작은 아이를 살펴보니 런닝셔츠 차림으로 잠들
었던 아이는 아침에 제 누나 입혀 보냈던 레이스 풍성한 노란 우비가
입혀져 있었고 유모차 안전벨트는 다리 사이는 어디로 가고 허리만
간신히 걸쳐져 있는 것이다
흐느낌이 그치지 않는 아이를 다독이며 집안으로 들어서니 전등
이란 전등은 죄 꺼 놓았다
- 왜 불을 다 껐어?
- 아무도 없는데는 불 키는거 아니라구 그랬자너...엄마가...
전기세루 돈 다 내구 나면 우리들 과자 못사준다구.....
아뿔사...아이는 전기세 걱정까지 하며 불을 다 끈 어두운 집안에서
제 몸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동생을 데리고 에미를 찾아서 버거운
발걸음을 한 것이었다
이렇게 내가 세상 떠나고 나면 이 어린것이 이런 모양새로 제 동생
보살피며 살아 가겠지....싶은 쓸데 없는 생각과 함께 속없는
애미의 눈에서도 눈물이 넘친다
늦게 동생을 봐서 아직도 애기 같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이불에
쉬를 하는... 그러면서도 미안하거나 챙피한 기색은 전혀 없이
- 엄마 ..나 저녁에는 저 노랑이불(방금 실례한 이불)대신에
어제 엄마가 빨래한 이 하늘색 이불 깔구 잘께~
하는 뻔뻔한(?) 딸아이는 어느새 생각이 훌쩍 자라서 제몸만큼
동생을 염려하는 의젓한 누나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임신 5개월에 다운증후군과 몽골증을 가진것 같다며 유산을 권유
하던 담당의사를 뒤로하고 남편과 오랜 상의끝에 더 큰 병원에서
갖가지 검사를 한뒤 위험스럽기는 하지만 하늘을 믿어보자는
새로운 의사선생님의 소견을따라 이세상 빛도 못보고 사라질뻔
했던 사연을 지닌 딸아이....
세상에 나오기 보름전까지 엄마 뱃속에서 입시학원 밤늦은 시간
까지 강의 마치도록 함께 했던...그래서 유달리 태동도 늦고
시댁에서 살면서 입덧한번 제대로 드러내고 못했던 (이세상에
너처럼 유난스럽게 애 스는거 첨본다는 시어머니의 눈치에..)
급기야 신랑의 결단으로 예정일 3주전에 황급히 방한칸 세얻어
분가를 했고 그까짓 새끼 낳던말던 상관 않으신다는 시어머니의
전화 호통에 밤새도록 눈이 붓도록 울며 맘상해서 낳은 아이....
온갖 검사와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고
영특하다 못해 영악스럽기까지한 이쁜 딸....
세상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으며 이쁘지 않은 새끼는 없는
법이라지만 딸아이에 대한 신랑와 나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고 아이에 대한 마음은 애절하다
태어나 지금껏 환절기에 앓는 감기외에는 병치레 안하고 잘 자라
주는 아이는 어느새 제 몸만큼이나 생각도 마음도 훌쩍 자라서
첫딸은 살림 밑천~ 이라는 이해 못하던 말을 몸소 애미에게 이해
시키고 있다
조금있어 유치원에서 돌아올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도너츠를 모양
이쁘게 만들어 먹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