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우동집 사이에서 유모차를 멈추고 망설이고 있다. 어느 집엘 가야하나......
그래. 할 일없이 놀면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외식이나 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입맛도 없고 다시 들어가 반찬도 없는 밥상을 차려 꾸역꾸역 먹을 용기가 없다.
참고로 2시에는 다른 집에 아기를 맡기기 때문에 그냥 점심을 해결한 후 바로 데려다주고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오후에는 잠깐 학생들이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걸 봐주고 있다.
망설이는 이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두 집.
한 집은 음식은 맛이 있는데 별로 편하지가 않고 다른 한 집은 음식은 맛이 없는데 써비스가 너무 좋다.
비교를 해 보면 이렇다.
냉방시설 - 에어콘과 선풍기.
후식 - 한쪽은 수박과 커피, 한 쪽은 없음.
반찬 - 한 쪽은 적어도 4가지. 한쪽은 단무지
돈내는 방법 - 후불과 선불.(앉자마자 정신없이 지갑꺼내기도 좀 번거로울때가 있다. 애 챙기고 있을때)
물수건 - 한 쪽은 있고 한 쪽은 없고.
가격 - 비슷함.
나야 겉멋들린 사람이니까 에어콘 시원하게 나오는 데서 분위기좋게 우리 딸이랑 우동 나누어먹고 수박에 커피까지 마시고 오면 오후에 일할 기운도 충전이 되련만......
한 번도 여기에서 음식을 기분좋게 먹어본 적이 없다. 애를 쓰는 흔적은 보이는데 도무지 내 입에는 안 맞는다. 게다가 모든 메뉴에 딸려 나오는 김밥 세 개. 완전히 고문수준이다. 한 번 먹어본 뒤로는 두 번 다시 손 안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따라다니는 막내딸마냥 꼭 딸려 나오는데, 그대로 남기려니 마음이 영 찝찝하고......
반면 음식이 내 입에 맞는 집은 그냥 우동 한그릇 먹고 얼른 나와주어야 하는 분위기인데 우동이 참 맛있다. 특히 국물맛이 일품이다.
가격이나 차이가 나면 별로 갈등을 안 하련만......
둘 다 갖춘 집은 없나.....
그래.
이 두 가지를 다 갖춘 집은 찾기가 쉽지않다. 다 갖추었다면 가격이 비싸거나......
우동집 갈래길. 쨍쨍 내리쬐는 햇볕속에서 갈등하다가 내리는 결론.
그래. 인생은...
반대급부가 있게 마련이구나.
대부분 하나는 감수하며 살기 마련이지....
갑자기 심각해지는 결론에 혼자 실없이 웃어보고는 분위기와 맛 중에 그래도 어느 쪽이 조금 더 기우는지 저울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