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의 표정이 심상치를 않다.
울은듯 눈도 부어있고
매우 화가 난듯도 하고 아무튼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다.
오랜만에 친구가 놀러왔는데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어른의 인사조차도 받는둥 마는둥...
친구는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고 돌아를 가고
난 아이에게 이유를 묻는다.
아무일도 없다고는 하지만...
엄마의 이름이 나이롱 뽕! 해서 얻은것도 아니고
아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그렇게 아둔하지도 않다.
나와 마주치는 시선조차도 딸아이는 거두고 있다.
무언가 큰일이 있는듯 걱정부터 앞선다.
" 무슨일인가 말해봐 "
" 아무일도 없다니까 "
" 아니, 있어. 분명. 귀신을 속이지 에미를 속이려고 해? "
" 나 사격 그만뒀어 "
끝내 내눈을 피하며 아이는 대답한다.
일이 있어도 단단히 큰 일인듯 싶다.
내가 뒷바라지 해 주기 힘들어 사격을 그만두라고 했을때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제 인생은 끝났다고 까지 했었는데
갑자기 사격을 그만 둔다고 하니 난 아연할밖에...
사격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말 한마디로 아이는 더이상 내게 아무런 말이 없다.
그리고는 젖은몸을 씻는다고 욕실로 향하는데
발걸음이 매우 거칠다.
통속에 담겨있던 피죤통을 발로 차 내용물을 거실바닥에 흥건히 쏟아놓는다.
" 너 빨리 씻고 나와 엄마랑 얘기좀 해야겠어 "
내 목소리의 톤도 아이의 행동에 따라 올라간다.
저녁을 준비하느라 주방에 있는데 샤워를 마친 딸아이가
가만히 나를 등뒤에서 부른다.
" 아까 화 내서 정말로 죄송해요 "
앞치마에 대충 손을 씻고 난 딸아이를 주방바닥에 앉히고
자초지종을 얘기하라고 종주먹을 댄다.
주춤 거리던 녀석이 달구똥같은 눈물을 쏟으며 하는말은 나를 기암시키기에 충분했다.
딸아이가...
그만둔것이 아니라 쫓겨난것이었다.
그동안 체벌이 조금은 심하다 할정도로 거의 매일을 맞고왔었다.
나 역시도 속이 많이 상해있었지만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오죽하면 감독님이 너희를 때리겠냐며 맞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라고만 했었다.
맨날 때리기만 하시는게 아니라 가끔 성적이 좋을때는 맛난것도 사 주시고
아이들을 어여삐 하셧다 한다.
당근과 채찍을 제대로 쓰실줄 아는 분이라 생각하며
아이의 교육은 선생님과 감독님께 맞긴채
피멍이 들도록 거의 매일을 맞고와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난 방관했었다.
아이를 믿고 맡겼으면 선생님이나 감독님의 교육방법에 따라야겠고
체벌또한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우리네 생각과 다른모양이었다.
요 맹랑한 녀석이 체벌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교육청에 고발을 해 버린거다.
저 혼자만 맞은것도 아니고 고학년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단체로 기합을 받고
매를 맞은것이었는데 어쩌자고 그렇게나 맹랑한 생각을 할수가 있는지.
선배언니와 일학년인 딸을 비롯한 네녀석들이 그런 모의를 했었단다.
선배언니가 먼저 말을 꺼낸것이고 제 친구 한명은 빠지고
말을한 선배도 빠져버리고
얼빵한 두 녀석만이 번갈아 인터넷으로 교육청에 감독을 고발하고 만 것이었다.
그것이 며칠전이었다는데
사건은 바로 어제 터져버린 모양이다.
교육청에서 감독에게 연락이 오고 고발은 실명으로 했으니
당연히 두 녀석의 이름이 거론되고
감독은 심한 배신과 황당함에 일학년 전체를 ?아냈다한다.
잘못했다고 다신 안그런다고 그렇게 빌었다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감독은 끝내 아이들을 내치셧다 한다.
내가 그 입장이 되었어도 그럴거 같다.
저희들 조금이라도 성적 잘 나오게 체벌을 가했다고
어찌 이제 열네살 먹은 놈들이 감독을 고발할수가 있겠는가?
그 배신감 이해할것 같다.
아이는 제 실수와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데...
한번 엎질러진물. 주어 담을수도 없는것이고
사격선수의 꿈도 깨져 놓으니 아이는 계속해서 눈물만을 보인다.
글을 쓰지 않았던 친구하나는 친구잘못 사귀어 제 인생까지 망쳤다고
우리 딸에게 포악을 떨었나 보다.
지은죄 때문에 두 아이는 모든걸 받아야 했고...
듣는 나도 어처구니가 없다.
무어라 해줄말도 없다.
어린것이 일은 덜컥 져질러 놓고 감당못하고 전전긍긍 하는게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괘씸한 생각부터 든다.
감히~
정말로 감히 어떻게 그런생각을 할수가 있었느냐는 말 밖에는.
그 감독님 얼마나 화가 나셧을까?
오죽하면 감독을 그만 둔다고 까지 하셧다 한다.
자식새끼 잘못 가르킨죄 가서 빌기라도 해야겠는데
부끄러움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빠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하여 남편에게조차 아직 말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이 말들을 들으면... 아이에게 얼마나 실망을 할까?
아이의 맹랑함을 탓하기 전에 잘못 가르킨 나 부터 질책을 받아야겠지.
가봐야 하는데...
가서 내 자식의 잘못을 빌어야 하는데
왜 이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아이의 머리가 조금씩 커 갈수록... 점점더 난 엄마노릇 하기가 버거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