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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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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머리카락.......


BY norway 2001-06-03

엄마의 머리가 다 빠져버렸습니다.
엊그제부터 한줌 두줌 빠지기 시작하더니,
오늘 목욕을 시켜드리고 나니 거의 다 빠져버렸습니다.
자꾸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를
엄마는 귀찮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엄마, 차라리 뽑아낼까요? 어차피 하루 이틀 사이에
다 빠질 텐데....>
엄마는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손가락 사이로 머리를 잡고 살며시 쓸어내리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머리카락은 한줌 가득 빠지더군요.

엄마의 머리를 뽑아내며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머리가 빠진다는 것,
빠지기 전까지는
까짓것 목숨에 비하면....
지금껏 겪어온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검사와 치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머리가 빠지는 모습이 왜 이리 서럽던지요.
제 마음이 이러니, 엄마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내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엄마한테 일부러 명랑하게
이리저리 농담을 하였습니다.
<엄마, 올 한 해 동안 출가했다고 생각해요? 네?
병 때문에 도까지 터버리면 얼마나 좋아? 그치?>
<엄마 뒷통수가 예쁘다. 다행이지?>

엄마는,
지금까진 잠깐의 산책 때나 병원에 출입하실 때
마스크만 쓰고 다녔는데
앞으로는 모자까지 써야 하니....
사람들이 몹쓸 병 앓는 사람이라고 쳐다보면 어쩌냐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시더군요.

<참, 별게 다 걱정이다.
병자가 병자 같은 게 당연한 거지 뭐...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 뭐.
머리는 금방 또 자라는데 뭐.....>
하지만 엄마의 진짜 걱정이 무엇인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머리를 길러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시는 것이었지요.
이번 항암으로 병이 낳아야지만 더이상 항암제를 안 쓰고,
그래야 머리가 자랄 테니까요.
엄마는 혹시 병이 안 낳으면 어쩌나...
그걸 걱정하고 계시는 거지요.

머리가 다 빠져버린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서
엄마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올해가 지나고 나면
엄마는 다시 예쁘게 퍼머한 머리로 활짝 웃으실 거라고
분명 그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