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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를 볶으며..


BY 다정 2002-08-24

ㅡ니 엄마가 용돈을 안줘서 이 아빠가 니 한테
용돈 줄 돈이 없다,,
토요일마다 되풀이 되는 아이의 용돈 실갱이
모든 돈은 엄마로부터 이기에
그나마 아빠의 사랑이라는 거창한 나의 생각에서 이루어진
아빠가 아이 용돈 주기는 오늘도 정반대로 흘러간다.
그렇다고 물러설 아이가 아니어서
결국은 제 용돈을 받긴 받았는데
뒷맛이 영 아니올시다이다
(이왕 줄것 좀 기분 좋게 주지, 우리 가족한테 쓰는것은
아까운건지, 어디 가서 남들하고 돈 낼일 있으면
그저 앞장 못 서서 안달인 사람이,,)

열심히 일한 아빠,,오늘,,떠나신단다.
아침 식탁에서
거창하게 그런다.
동료들 하고의 머리 식히기 낚시라나,
남편도 무쇠팔,무쇠 다리가 아니기에 이런 시간도 필요하겠지.
물론 인정한다.
열심히 집에 있는 나도 떠나면 뭐라 할지..
괜히 심술이 모락모락 피어 난다.
요즘 같음 어디라도 일을 해 보고 싶은데
집에서 푹 잠겨 있던 날들이 만만하지 않기에
누가 어서 오시라고 문을 열어 두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도 없고
그저 기분만 가라앉는 나날의 연속인데
머리 식히러 떠난다는 남편의 등 뒤를 보니
내 머리는 어디서 식혀야 할지...

이럴땐 안 하던 일을 하고 싶다.
우습게도 기분이 처지고 나 혼자만 불쌍할 때마다
깨를 볶는다.
한 사발 물로 씻어서
이물질도 체에 걸러내고
바가지에 살살 흔들어 뽀얀 깨를 체에 받쳐 두고
물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노래도 흥얼거리고
사는 게 뭐 별것이겠냐 만은
타닥타닥 통통하게 잘 볶아지는 깨의 고소함이
집안에 가득차고
입술도 살짝 데이면서 맛 본 그 터뜨려지는 향에
목줄기의 땀도 어느새 마냥 즐겁게만 느껴진다.

열심히
깨 볶은 당신도 즐거워 하라!!